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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성(50)이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어렵게 버디로 홀아웃한 뒤 캐디로 나선 아내에게 다가가 꼭 안았다.
25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이천 골프클럽 북·서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1라운드. 최호성은 버디 2개에 쿼드러플 보기 1개 그리고 보기 4개를 쏟아내 6오버파 78타를 적어냈다. 순위는 하위권으로 밀렸으나 경기를 끝낸 뒤 실망하기보다는 수고한 아내를 먼저 챙기며 꼭 안았다.
올해로 투어 데뷔 20년 차를 맞은 최호성의 골프인생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4년 데뷔해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 2008년 하나투어 챔피언십에서 프로 첫 승을 올렸고, 3년 뒤인 2011년 레이크힐스 오픈에서 코리안투어 2승을 달성했다.
줄곧 코리안투어에서 활동하던 최호성은 2014년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 해외로 나갔던 만큼 당시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일본에서의 새로운 도전은 대성공을 거뒀다. 2013년 인도네시아 PGA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2018년 카시오 월드 오픈 그리고 2019년 헤이와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에서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우승만큼 그의 독특한 스윙도 화제가 됐다. 몸을 꼬았다가 ‘획’하고 돌리면서 클럽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는 이른바 ‘낚시 스윙’은 팬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SNS 스타가 되기도 했다.
이 독특한 스윙은 최호성이 줄어드는 거리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 고안해 냈다. 그때부터 최호성의 이름 앞엔 ‘피싱맨’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굴곡이 심했으나 최호성의 골프인생은 멈추지 않고 진화하고 있다. 코리안투어 기록에서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이 286야드로 2013년 자신의 최고 기록이었던 290야드 이후 가장 멀리 치고 있다. 코리안투어에서 50대는 최호성이 유일하다. 20대 선수가 절반인 투어에서 그는 매주가 도전이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후배들과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한 노력의 결과인 동시에 한계에 대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결과다.
최호성은 지난주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 경쟁에 나섰다. 마지막 날 공동 11위로 밀려나 우승으로 연결하지는 못했으나 경쟁 자체에 만족했다.
경기 뒤 최호성은 “젊은 선수들과 이 무대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다”며 “나이는 많지만 ‘시간을 거스른다’는 말이 있듯이 항상 한계를 극복하고 싶다. 언제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최호성에겐 ‘피싱맨’ 말고도 ‘불굴의 선수’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있다.
최호성은 수산고등학교 재학 시절 실습을 하다 오른손 엄지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골프선수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투어 20년 차, 프로가 된 지 23년이 된 쉰 살의 최호성은 올해 골프인생에서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돌아오는 가을에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 도전을 결심했다. 또 한 번 한계에 대한 도전인 셈이다.
첫날 6오버파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적어낸 최호성은 이날 결과가 못내 아쉬운 듯 4번홀에서 나온 쿼드러플 보기(일명 양파) 상황을 복기하더니 “골프란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라며 “그래도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했으니 내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웃으며 홀을 빠져나왔다. 최호성의 골프가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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