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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지난 7일 대전에서 열린 KT위즈와 KBO리그 홈경기에서 6-2로 이기고 시즌 첫 3연승을 기록했다. 시즌 개막 후 줄곧 머물렀던 최하위 자리를 KT에 내주고 9위로 한 계단 올라갔다.
한화에 이날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고졸 2년차 문동주(20)와 신인 김서현(19)이 함께 승리를 견인해서 더 의미가 컸다. 문동주는 승리투수가 됐고 김서현은 홀드를 기록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문동주는 최고 159.9km(구단 트랙맨 측정 기준)에 이르는 강속구와 안정된 경기 운영으로 마운드를 지배했다. KT 타선을 5이닝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1회초 강백호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큰 위기도 없었다.
김서현은 6회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첫 타자 조용호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바로 안정을 찾았다. KT 중심타자인 알포드와 강백호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문상철마저 외야 플라이로 잡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특히 리그 정상급 타자인 강백호에게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이끌어낸 장면은 경기의 백미였다. 최고 구속은 157km를 찍었다. 공을 던지는 팔 각도가 다른 오버핸드 투수보다 낮아 볼끝이 더 꿈틀거렸다.
한화는 지난 3년간 암흑기를 보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내리 꼴찌에 머물렀다. 세 시즌 동안 승률은 .339(141승17무274패)에 머물렀다. 3번 경기해야 1번 겨우 이겼다.
그래도 빛나는 미래를 기대하며 암울한 현실을 버텼다. 최하위라는 순위는 역설적으로 특급 유망주를 뽑을 있는 기회가 됐다. 2년 연속 신인드래프트에서 좋은 지명권을 얻었다. 그렇게 선택한 특급 자원이 바로 2003년생 문동주와 2004년생 김서현이었다.
두 투수는 고교 시절 이미 150㎞가 넘는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 구단은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보냈다. 1년 시간 차이를 두고 나란히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도 나란히 5억원씩 같았다.
두 투수가 한화에 합류하자 팬들은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문동주가 선발투수로 한 시즌 15승을 따내고 김서현이 마무리로 뒷문을 지키면서 40세이브를 거두는 그림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문동주는 입단 2년 만에 한화에 없어서는 안될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긴 이닝을 소화하려면 스태미나를 보강해야 한다. 팀을 대표하는 진짜 에이스가 되기 위해 투구수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이제 프로 생활 한 달째인 김서현도 아직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1년 전 문동주가 그랬던 것처럼 한 시즌 정도는 시행착오도 겪어야 한다. 이미 시즌 개막 전 ‘SNS 비난’ 논란으로 호되게 홍역을 앓았다.
그래도 한화 팬들이 꿈꿨던 ‘승리 공식’이 생각보다 빨리 현실로 나타났다. 두 젊은 에이스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야구팬들에게 큰 즐거움이 될 전망이다.
문동주는 “(김)서현이와 같이 잘 던져서 기분이 좋고 둘 다 1군에서 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모습이 더 많이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서현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 꿈은 마무리투수”라며 “계속 노력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