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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아 4강과 준우승 신화를 일궈낸 ‘국민 감독’ 김인식(75)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표팀을 기피하려는 분위기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은 23일 ‘야구의 날’을 맞이해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타이거즈 대 키움히어로즈 경기에 앞서 공로패를 받았다. ‘야구의 날’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이 9전 전승 금메달을 따낸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김인식 전 감독은 행사를 마치고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야구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특히 야구계 ‘큰 어른’답게 여러 쓴소리를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김인식 전 감독은 “국가대표는 선수들에게 큰 혜택이고 그 혜택을 받는 선수는 대표팀에 다 나와야 한다”며 “그 선수들이 대표팀에 다 모여서 힘을 합치면 단기전 대회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몇 명이 빠진다면 우리는 선수층이 약하기 때문에 분명히 전력이 약해진다”면서 “선수들이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팬들에게 받은 대우를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식 전 감독이 이 같은 말을 쏟아낸데는 2017년 WBC 대회의 아쉬움 때문이다.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뒀던 2006년과 2009년 대회와 달리 2017년 대회는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불참, 사실상 국내파로만 대표팀을 이뤘다. KBO리그 일부 선수도 부상 등을 이유로 출전을 고사했다.
100% 전력을 갖추지 못한 대표팀은 약체로 평가됐던 이스라엘과 첫 경기에서 충격패를 당했다. 최종 1승 2패로 본선 1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봤다. 이 대회를 마치고 김인식 전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야 했다.
김인식 전 감독은 ‘작전 야구’가 사라진 KBO리그 현실에 대해 아쉬움도 나타냈다. 김인식 전 감독은 “요즘 메이저리그는 작전을 별로 안 하고 선수들한테 맡기는데 한국야구는 아직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며 “중요한 상황에선 작전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메이저리그를 겉핥기식으로 따라 해선 안 된다”면서 “어떤 경기를 보면 감독이 아무것도 안 하고 선수에게 맡기면 된다는 식의 생각이 퍼져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김인식 전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롯데 자이언츠 간판타자 이대호가 등 떠밀려 은퇴하는 것 같다는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나이가 많아도 아직 충분히 실력이 있는데 은퇴 투어다 뭐다 해서 주위에서 자꾸 떠미는 모습이 보이더라”면서 “주위에서 계속 은퇴 얘기를 하니까 본인도 조바심을 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최근 KBO리그 최고 타자로 우뚝 선 키움히어로즈 이정후에 대해선 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인식 전 감독은 “한국에선 국내 투수는 물론 외국인 투수도 이정후를 못 당하는 것이 확실하다”며 “이정후가 미국, 일본 등 한 단계 높은 수준 투수를 상대로 해선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타자들은 KBO리그에서 활약하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잘 던지고 있는 메릴 켈리를 상대로도 잘 쳤다”며 “그렇게 보면 우리도 야구가 많이 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