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도쿄올림픽 개막이 보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최지인 도쿄 지역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사태가 선포됐다. 이에 따라 도쿄올림픽은 무관중으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올림픽은 전 세계 205개국 1만50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33개 정식 종목에서 금메달 339개를 놓고 경쟁 치르는 만큼 외형상 스포츠 대제전으로 손색이 없지만 정작 경기장에서는 관중의 함성을 전혀 들을 수 없는 초유의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은 당초 도쿄올림픽에 경기장별로 최대 1만명까지 관중을 받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긴급사태 선포로 인해 일부 지역이든 전체든 무관중 전환이 불가피하게 됐다. 심지어 도쿄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조차 모두 무관중으로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8일 교도통신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밤 일본 정부, 도쿄도(東京都),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참여하는 ‘5자 협의’에서 관중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도쿄 경기장, 수도권 경기장, 전체 경기장 등 무관중 범위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메달 7개 이상 획득해 종합순위 10위 이내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날 결단식을 가진 대한민국 선수단도 무관중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홈팀 일본과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종목은 일본 홈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관중 경기가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야구, 남자 축구, 여자 배구 등 주요 인기 종목에서 일본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야구의 경우 한국은 B조, 일본은 A조에 속해 조별리그에서 마주치지는 않지만 두 나라 모두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만큼 최소 한 번 이상의 대결은 불가피하다.
남자 축구 역시 김학범호가 조별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8강 또는 준결승에서 일본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꺾고 사상 첫 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바 있다.
여자 배구와 여자 핸드볼은 조별리그부터 한일전이 성사됐다. 여자 배구는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A조에 속했다. 8월 1일 맞대결을 벌인다. 여자 핸드볼은 오는 29일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여자 배구와 여자 핸드볼 모두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일본의 홈 어드벤티지다. 일본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이 있다면 우리 선수들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무관중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장소만 일본에서 열릴 뿐 사실상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치르는 만큼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선 관중이 없다면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수들 대부분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무관중 경기를 오랜 기간 경험한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한민국 선수단 관계자는 “올림픽이라는 일생일대 스포츠 축제에 팬들이 함께 하지 못하면 선수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경기력적인 측면에선 큰 영향이 없을 것 같고 오히려 부담을 덜어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선수단과 함께 뛰는 후원 기업 입장에선 무관중 경기가 아쉬울 수 있다. 일본 소비자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노출하고 홍보할 기회가 줄기 때문이다. 다만 올림픽 경기 대부분이 TV 중계가 되는데다 다양한 매체로 노출될 기회가 있는 만큼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