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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인트로덕션’으로 베를린 은곰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은 영상으로 대신한 수상 소감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영상 후반부에는 그의 연인이자 예술적 뮤즈인 배우 김민희가 부른 도리스 데이의 곡 ‘케 세라 세라’가 울려 퍼졌다.
홍상수 감독이 올해 열린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25번째 장편 영화 ‘인트로덕션’으로 은곰상 각본상을 받았다.
홍상수 감독은 지난 5일 오후(한국시간) 베를린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 게시된 동영상으로 심사위원단 및 영화제 측에 감사인사 및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우선 “상을 받았다는 뉴스에 놀랐고 행복했다”고 운을 떼며 “영화를 선정해주고 알아봐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한다”고 영화제 측에 공을 돌렸다.
연인 김민희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홍 감독은 “얼마 전 김민희와 산책을 하다가 이 달팽이를 발견했다”며 자신의 얼굴 대신 자그마한 달팽이 한 마리의 모습을 보여줬다. 아스팔트 위를 꿈틀대는 모습의 달팰이였다. 영상 배경음악으로 깔린 곡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의 주제곡으로 도리스 데이가 불렀던 ‘케 세라 세라’였다. 영상에 삽입된 목소리는 현장에서 김민희가 직접 부른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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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덕션’은 홍 감독에게 세 번째 베를린 트로피를 안겨준 작품이다. 영화는 세 개의 단락을 통해 청년 영호가 각각 아버지, 연인,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정들을 따라간다. 신석호, 박미소, 김영호, 예지원, 기주봉, 서영화, 김민희, 조윤희 등이 출연한다.
연인 사이인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여덟 번째로 함께 작업한 작품으로, 김민희는 이 영화에 배우로서는 물론 프로덕션 매니저로도 이름을 올리며 제작 현장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홍상수 감독은 베를린국제영화제와 특히 인연이 깊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도망친 여자’(2020)에 이어 총 다섯 번째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세번째로 은곰상을 수상했다. 앞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은곰상 여우주연상(김민희)을, ‘도망친 여자’가 은곰상 감독상을 받은 바 있다.
해외 매체들의 반응도 뜨겁다. ‘인트로덕션’은 베를린국제영화제 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 평점에서 4점 만점 기준 3.3점의 점수를 획득, 공동 평점 1위에 올라섰다. 해외 매체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신선도 지수 100%를 달성했다.
스크린데일리는 “구성적인 복잡성과 신랄함, 그리고 자꾸 생각나게 하는 유머까지, 다양한 층위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했고, 미국 매체인 버라이어티 역시 “얼핏 보이는 것처럼 가벼운 영화가 아니다. 제목과는 반대로, 이 영화는 입문자를 위한 소개용이 아니라 오히려 홍상수 감독 영화 세계의 확장판”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 영화는 마치 짧은 이야기나 시와 같이, 표면에서 드러나는 것보다 더한 깊이와 디테일을 시사하는 작품을 만드는 홍상수 감독의 섬세한 작업을 보여준다”고 호평했고, 미국 연예 매체 데드라인 역시 “처음에는 이 영화가 그저 애피타이저처럼 느껴질지라도, 곧 전체 요리를 능가하는 요리를 먹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인트로덕션’은 올 상반기 국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