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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새로운 기대 속, 또 다른 가능성 보여준 이달의 소녀

김현식 기자I 2020.12.24 06:00:00

-심사위원 리뷰
-'루나 더 월드 : 미드나잇 페스티벌'

(사진=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심희철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엔터테인먼트경영과 교수] 지난 10월 20일 자정, 낯선 긴장감이 흐르던 온라인 화면에 이달의 소녀가 등장하자 실시간 채팅창은 순식간에 글로벌 팬들의 수많은 언어로 가득 찼다. 걸그룹 이달의 소녀의 데뷔 후 첫 번째 온라인 콘서트 ‘이달의 소녀 온 웨이브 [루나 더 월드 : 미드나잇 페스티벌]’의 막이 오른 순간이다.

늘 새로운 기대 속 다채로운 콘셉트을 선보이며 세계관 확장을 이어가는 이달의 소녀의 강점은 이번 콘서트에서 한층 돋보였다. ‘최첨단 공연’ ‘대규모 제작비’ 등을 내세운 대형기획사의 온라인 콘서트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달의 소녀는 그룹 브랜드와 소프트 파워만으로도 온라인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미드나잇 페스티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번 콘서트는 새 앨범 ‘미드나잇’ 발매를 기념하는 동시에 신곡 무대를 가장 먼저 만나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포문을 연 곡은 데뷔 앨범 수록곡 ‘페이버릿’. 소녀들을 세상에 알린 의미 깊은 곡인 만큼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달의 소녀는 강렬한 퍼포먼스에 이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청량한 댄스 팝 ‘땡땡땡’으로 설렘 가득한 무대를 선보였다.

“‘오빗’(팬덤명) 분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이렇게라도 만나서 너무 행복해요.”

오프닝 무대가 끝나고 멤버들이 가장 먼저 팬들에게 건넨 말이다. 약간의 낯섦도 잠시였다. 멤버들이 “팬 여러분이 계신 그곳은 어딜까요?”, “어떤 곡이 마음에 들었는지 알려주세요”라고 묻자 쉴 새 없이 업로드 되던 채팅창은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 찰나에 ‘이탈리안’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해외 팬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항상 직접 볼 수 없었지만 이렇게 온라인 콘서트로라도 만나니 좋다”는 내용이었다. K팝 아이돌을 실제로 만날 기회가 드문 해외 팬들에게 온라인 콘서트는 오프라인 공연의 단순 대체재 그 이상의 의미가 있어 보였다.

국내외 팬들은 실시간 채팅창에 모여 소녀들의 무대를 함께 보고 즐기며 지난날을 회상하고 공유했다. 그렇게 함께 ‘이달의 소녀표’ 음악 세계에 녹아들었다. 오프라인 콘서트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또 다른 소통으로 채워나가는 팬덤의 자발적 문화가 새삼 신선하게 보였다.

(사진=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이달의 소녀는 ‘하이 하이’, ‘버터플라이’, ‘쏘 왓’ 등으로 큐티, 몽환, 걸크러시 콘셉트를 넘나드는 팔색조 매력을 드러내며 페스티벌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이밖에 ‘넘버 원’, ‘스타일리쉬’, ‘웨어 유 엣’, ‘열기’, ‘큐리어시티’, ‘365’ 등 지루할 틈 없는 세트리스트 구성으로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했다.

대망의 하이라이트. 새 앨범 타이틀곡 ‘와이 낫?’ 무대가 시작되자 팬들은 격렬한 호응을 보냈다. 더 강렬해진 소녀들의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와 중독성 강한 후렴구는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신곡 소개와 함께 팬들과 상호 소통하는 시간은 ‘몰입’과 ‘실감’이라는 온라인 콘서트의 백미를 보여줬다.

“나중에 대면 콘서트를 할 때 ‘그땐 온라인 콘서트 했었지’ 하면서 오늘을 추억하게 되지 않을까요?”

콘서트 말미에 멤버들은 무사히 공연을 마친 소감을 밝히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을 장식한 곡은 새 앨범 수록곡 ‘목소리’와 ‘기억해’였다. 콘서트가 끝나고 진행된 희진, 츄의 깜짝 생일 파티에서 멤버들은 서로를 향한 애틋한 애정을 드러내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달의 소녀는 그들만의 퍼스널리티로 꽉 채운 공연으로 글로벌 화력과 영향력을 입증해냈다. 무대를 보면 멤버 개개인이 스스로 빛을 내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 ‘완성형 아이돌’의 당당한 발걸음을 응원하는 이유다. 이런 그들에게 무엇이 두려울까. 와이 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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