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스타] "다음 생에도 나로.." 故 박지선이 남긴 어록

정시내 기자I 2020.11.07 00:45:23

박지선, 모친과.. 생일 하루 앞두고 사망 '충격'
동료 개그우먼 라디오 중단.. 슬픔 잠긴 연예계
박지선이 남긴 긍정 에너지 “나를 사랑하자”

개그우먼 故박지선. 사진=KBS 2TV 방송화면
[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한 주간 화제를 모은 인물, 스타를 재조명합니다.

찬란한 꽃이 졌다. ‘멋쟁이 희극인’ 개그우먼 박지선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박씨의 모친과 함께 숨진채 발견되면서 대중의 곁을 떠났다.

두 모녀의 비보는 딸과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아버지가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간 결과 두 사람은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평소 앓던 지병으로 치료 중이었으며, 모친이 서울로 올라와 박씨와 함께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지난달에도 제작발표회, 아이돌 쇼케이스 MC로서 활동을 펼쳤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에 대중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께 박씨는 신규 프로그램 섭외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몸이 좋지 않아서 활동을 못 할 것 같다. 큰 병원에 가봐야 할 듯하다”며 최근 건강악화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 개그우먼 라디오 중단.. 슬픔 잠긴 연예계

개그우먼 박지선과 그의 모친의 빈소가 2일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박지선은 2일 오후 1시 44분께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선의 비보에 개그맨 동료는 큰 슬픔에 잠겼다.

동료 개그우먼 안영미는 2일 라디오 생방송 중에 비보를 접하고 오열하는 모습은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그대로 송출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 다른 동료인 김신영도 장례 기간인 지난 3~4일 이틀간 라디오 진행하지 못했다. 정경미, 정선희도 3일 라디오 진행에 불참했다.

2007년 KBS 공채 코미디언 22기로 고인과 함께 입사한 동기들의 애도 물결도 이어졌다.

박영진은 “주변 사람 챙기느라 바쁜 지돌이(박지선) 우리 예쁜 동생. 지난 13년간 우리 천사랑 잘 지냈다. 다음에도 희극인으로 꼭 만나자”라고 했다.

김지호는 “네 목소리, 네가 했던 말들, 네가 주던 웃음, 항상 배려해주던 네 마음, 선후배들에게 ‘최고야’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 네 모습 잊지 않을게. 동생이지만 배울 점이 많아서 진심으로 많이 존경했어”라고 애도했다.

허경환은 “신인 때 ‘조선왕조부록’이라는 코너를 함께하면서 신인 같지 않은 너의 연기와 재치에 감탄하고 무대 밑에선 누구보다 예쁜 동생이었던 네가 그립다”라고 말했다.

박지선이 생전 좋아한 캐릭터 펭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박지선과 함께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지선님은 남을 낮추지 않고도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탁월한 희극인이었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대중들에게 웃음을 주려 노력했던 따뜻한 사람이었다”며 “생전에 고인을 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아쉽고 다시 만날 수 없음이 안타깝다.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던 박지선님 덕분에 우리가 행복했다”고 애도했다.

누리꾼들은 온라인상에서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이라는 해시 태그로 추모 열기를 이어갔다.

누리꾼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기를”,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개그우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호감형인 사람이었다. 또 재능과 노력이 참 많이 보이던 사람이었는데 안타깝다”, “살면서 가장 힘들고 막막했을 때 언니가 올리던 트위터 글을 보면서 그 순간에라도 잠시 현실을 잊고 깔깔 웃곤 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웃음과 위로를 줬던 언니가 이렇게 떠났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으로 기억할겠다. 그곳에서는 행복하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정말 진심으로 고마웠다”라는 글을 올렸다.

◇박지선이 남긴 긍정 에너지 “나를 사랑하자”

사진=EBS 프로그램 ‘지식채널e’
박지선은 생전 많은 이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파했다. 특히 심각한 피부 질환으로 화장을 못하던 박지선은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고인은 2008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여자 신인상을 받으며 “피부 트러블로 화장을 전혀 못 해서 오늘도 어색한 민얼굴이다”라며 “20대 여성으로서 화장을 못 해서 슬퍼하기보다는 개그우먼이 화장을 못 해 웃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라고 전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또 2015년 5월 진행된 청춘 페스티벌에서 “나는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유니크(독특)하게 생겼다고 생각한다”라며 “나 자신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 주겠냐, 여러분도 그러셨으면 좋겠다”라며 청춘에 힘을 줬다.

이외에도 “국민 못난이라고 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다. 하나밖에 없는 귀한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특이하니까 알아보고 사람들이 웃어주니까 내 얼굴이 너무 좋다”, “나쁜 말을 망각하는 연습을 하고, 서로 많이 믿어줘라. 그러면 삶이 재밌어진다” 등 긍정적인 말로 대중을 위로했다.

그룹 H.O.T. 팬클럽 출신인 이른바 ‘팬잘알(팬들의 마음을 잘 아는 인물을 뜻한다)’ 박지선은 아이돌 쇼케이스 등에서 MC로 활약했다.

샤이니의 팬이기도 했던 박지선은 샤이니 데뷔 7주년 팬미팅에서 “주말 이 시간을 남을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데 쓰는 사람도 있는데, 여러분은 지금 사랑하는 데 쓰고 있는 거다. 정말 대단하다”라고 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박지선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말들은 여전히 우리를 위로하고 있다. 고인은 그가 생전 썼던 트위터 계정명처럼 ‘멋쟁이 희극인’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사랑하는 지선아. 그곳에서 아파서 못 먹었던 거 실컷 먹고 햇볕도 실컷 쬐고, 화장도 막 해보고 잘 지내고 있어. 우리 나중에 만나서 못다 한 얘기 나누자. 내 후배 박지선아.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아. 잘 가 사랑해. 기억하고 기억할게.”(개그우먼 신봉선이 쓴 故 박지선 추모글)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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