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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인 소감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프로야구 LG 트윈스 우완투수 정찬헌(30)의 말 속에는 진심이 깊게 담겨있다.
2020년 정찬헌은 마침표를 찍을 뻔했던 선수 인생을 다시 꽃피우고 있다. 2008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정찬헌은 신인 시절 몇 차례 선발로 나선 것을 제외하면 줄곧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2018년에는 마무리 투수로 27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통산 46세이브 28홀드를 거두는 등 구원투수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정찬헌에게 지난해 큰 시련이 찾아왔다. 허리에 큰 문제가 생긴 것. 전부터 고질적인 허리디스크 때문에 고생했는데 시즌 개막 후 두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수술대에 올랐고 시즌을 일찍 접었다.
허리 부상은 야구선수, 특히 투수에게 치명적이다. 수술을 받고 열심히 재활을 했지만 재기 여부는 불투명했다. 그래도 정찬헌은 마운드에 다시 서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허리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 왼쪽 다리를 일찍 오픈하는 형태로 투구폼을 바꿨다. 구종도 더욱 다양하게 가져가려 노력했다.
코칭스태프도 정찬헌의 그런 노력을 인정했다. 그에게 구원투수가 아닌 선발투수 변신을 제안했다. 거의 매일 공을 던져야 하는 구원투수 대신 일정한 간격을 놓고 공을 던지는 선발투수가 허리에 덜 부담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길게 던지는데 익숙한 선발투수가 짧게 자주 던지는 구원투수로 변신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하지만 구원투수로 오랜 기간 활약한 선수가 선발투수로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다. 짥게 던지는데 적응된 어깨를 한 경기 100개 이상 던질 수 있도록 강하게 만드는 것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정찬헌은 허리 수술 후유증까지 안고 있었다.
그점을 고민한 LG 구단은 정찬헌에게 특별한 선발 등판을 제안했다. 다른 선발투수처럼 5~6일 마다 등판하는게 아니다. 신인투수 이민호와 번갈아가며 5선발을 맡도록 했다. 두 명이 선발투수 1명 몫을 나눠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찬헌은 10일 안팎으로 등판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한 번 등판 후 충분한 휴식이 필요했던 정찬헌에게 이상적인 환경이었다.
정찬헌도 구단의 전폭적인 배려에 결과로 화답했다. 올시즌 5경기에 선발로 나와 3승 1패 평균자책점 3.34로 합격점을 줄 만 하다. 선발로 나선 5경기 가운데 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 4일 삼성전에서 7이닝 11탈삼진 무실점이라는 데뷔 후 최고의 호투를 펼친데 이어 16일 한화전에서도 6⅔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최근 3연승을 달리면서 ‘정찬헌 등판=승리’ 공식을 써내려가고 있다.
동료들도 정찬헌이 나올 때면 더욱 집중한다. 정찬헌이 나오는 경기마다 타선이 알아서 많은 득점을 올린다. 지난 16일 한화전에서도 타자들이 1회초 대거 5점을 뽑아준 덕분에 한층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정찬헌이 나왔을때 LG 타자들은 9이닝 기준으로 평균 10,32점을 지원했다. 올시즌 20이닝 이상 던진 선발 투수 가운데 단연 1위다. 정찬헌이 동료들을 진심으로 고마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찬헌은 “열흘 간격으로 선발 등판을 하다보니 컨디션 회복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내가 선발 등판 하는 경기마다 타자들이 화끈하게 득점 지원을 해주는데 구단과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물론 정찬헌도 마냥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불규칙하게 등판하는 바람에 다른 동료 투수들이 고생한다는 생각에 늘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머리 속 한 구석에 있다. 배려를 받는만큼 더 잘 던져야 한다는 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
정찬헌은 “매번 선발 등판한 뒤 엔트리에서 빠져 동료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든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내 입지가 불안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동기부여가 된다”며 “주변에서 배려해주는 만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선발투수로 연착륙에 성공한 정찬헌이지만 스스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내게 목표는 사치일 뿐이다”고 잘라 말한 정찬헌은 “지금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며 “오로지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던진다는 생각 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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