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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 현대家 전성시대]강산 변해도 감독은 그대로…전폭적 신뢰가 '결과' 만들었다

임정우 기자I 2019.04.25 06:02:00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우승을 기뻐하는 현대모비스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현대는 달랐다. 프로스포츠 무대에서 ‘현대’라는 이름은 특별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운영하는 프로스포츠구단이 잇달아 리그 정상에 올랐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운영하는 6개 프로스포츠구단은 최근 5년간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울산 현대모비스는 2018~19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통합우승을 차지했고, 현대캐피탈이 프로배구 왕좌에 오르는 경사를 누렸다. 여기에 전북 현대가 ‘하나원큐 K리그1 2019’ 8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며 K리그1 3연패를 향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 전경. (사진=전북 현대)
△경기력을 위한 아낌없는 투자

현대자동차그룹이 후원하는 프로스포츠구단이 각 분야에서 잇달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아낌없는 투자에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모비스 선수들의 최상의 경기력을 위해 훈련장부터 재활, 치료 시설까지 갖춰진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전북 완주)와 울산 현대모비스 체육관(경기도 용인)을 세웠다. 특히 프로축구 전북 현대는 클럽하우스를 짓기 위해 건축설계팀과 함께 국내 타 구단은 물론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페인 아틀렌티코 마드리드, 일본 요코하마 마리노스 등 해외 명문 구단의 클럽하우스를 직접 방문해 현황조사와 장단점을 파악한 뒤 최고의 시설을 갖춘 클럽하우스를 만들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과 실내 연습구장 등을 갖춘 클럽하우스는 3년 여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3년 비로소 완성됐다. 모기업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팀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은 비시즌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전지훈련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여자축구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는 비시즌 4주 동안 스페인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탄탄하고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 영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울산 현대모비스가 이뤄낸 통산 7번째 챔피언 등극(전신 기아자동차 시절 포함)이자 5번째 통합우승 뒤엔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 됐다. 모비스는 2018~19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섀넌 쇼터를 영입했고, 프로 농구 최고 용병으로 평가 받는 라건아를 서울 삼성에서 데려와 팀을 보강했다. 그 결과 통산 7번째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중 울산 현대모비스 홍보담당자는 “통산 7번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과 5번째 통합 우승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며 “선수들도 현대자동차그룹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운영 6개 프로구단. (사진=문승용 기자)
△믿음의 리더십으로 완성된 프로스포츠구단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는 ‘믿음의 리더십’도 현대자동차그룹 프로스포츠구단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강희 전 전북 현대 감독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3년 동안 지휘봉을 잡았다.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2004년부터 16시즌째 팀을 이끌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도 마찬가지다. 최태웅 감독은 코치 등을 거치지 않고 2015년 4월 사령탑에 부임한 뒤 지금까지 현대캐피탈을 책임지고 있다.

다른 구단들과 비교해보면 현대자동차그룹 프로구단 감독의 재임 기간은 길다. K리그1 평균 감독 재임 기간은 413일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전북 현대를 이끌었던 최강희 감독은 2005년 7월 1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4921일 동안 감독을 맡았다. 최강희 감독이 15년간 팀을 이끌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성적이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믿음도 무시할 수 없다. 오랜 시간 팀을 이끄는 만큼 프런트와 선수들을 잘 알게 되고, 그만큼 호흡을 잘 맞춰 이끌 수 있다.

△해외 프로스포츠로 눈 돌리는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해외 프로스포츠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2017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팰리세이즈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오픈이 대표적인 예다. 북미 시장에서 자사 브랜드 제네시스를 홍보하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미지 구축하는 발판으로 삼고 있다.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난 2월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접 제네시스 오픈 현장을 찾아오는 애정을 쏟았다. 앞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현대차의 이름을 걸고 하와이에서 PGA 투어를 개최한 바 있지만, 미국 본토에서 직접 PGA 투어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광폭 행보를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은 대회의 운영 파트너로 타이거우즈재단과 손을 잡아 흥행과 마케팅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PGA 투어 대회는 우즈가 나오는 대회와 그렇지 않은 대회로 나뉠 만큼 우즈의 영향력이 크다. 정 수석 부회장은 지난 2월 “제네시스가 타이거 우즈, 타이거우즈재단, PGA 투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제네시스 오픈을 한층 발전된 대회로 이끌 수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골프라는 종목이 갖는 상호 존중, 품격, 혁신성은 제네시스가 중시하는 가치와 상통하며, 앞으로도 성공적인 대회 개최뿐 아니라 고객과 지역사회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파트너십을 견고히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스포츠 사랑은 고 정주영 회장 시절로 건너간다. 고 정주영 회장은 작은 공으로 하는 스포츠를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에도 현대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고 정주영 회장은 축구와 배구, 농구에 뛰어들었다. 특히 농구에 대한 각별한 사랑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고 정주영 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대를 이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프로축구 전북 현대와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를 명문팀으로 이끌었다. 프로스포츠뿐만 아니라 양궁 등 비인기종목에도 관심을 갖고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전북 현대와 KIA 타이거즈 구단주를 맡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은 과감한 투자와는 별개로 구단 운영에는 개입을 자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상수 전북 현대 홍보팀장은 “전북 현대 등이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강희 전 감독의 장기 부임처럼 믿음과 모기업이 지속적인 물적 인적 지원이었다”며 “장기플랜을 세우고 꾸준히 쌓아온 시스템의 힘이 각 구단의 호성적과 국내 스포츠 발전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18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개최하고 있는 PGA 투어 제네시스 오픈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파트너로 영입하면서 흥행과 마케팅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사진=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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