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내내 휴대전화가 끊임없이 울렸다. 방영 중인 드라마와 관련된 연락이었다. 담당 작품이 방영 중일 땐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도 “좋아서 하는 일”라고 웃었다.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김건홍(43) 스튜디오드래곤 2CP였다.
스튜디 오드래곤의 힘은 프로듀서로 꼽힌다. 지상파와 달리 프로듀서의 권한을 확대된 조직이다. 시청률을 떠나 작품성을 강조한 유니콘 팀, 기획에 집중하는 크리에이터 팀 등 특색있는 조직 구성이 인상적이다.
김 CP는 2팀을 이끄는 수장이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사이코메트리’, OCN ‘빙의’를 담당한다. OCN ‘라이프 온 마스’(2017), tvN ‘K2’(2016) 등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외주제작사(올리브나인, 아이윌미디어)와 채널(CJ E&M, 현 CJ ENM)을 두루 거친 것도 그의 강점이다. 15년 차 베테랑 프로듀서인 그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소통’을 꼽았다. “드라마는 감독, 작가, 스태프, 배우가 함께 하는 작업이고, 프로듀서는 그 사이에서 원활한 소통을 위해 움직인다”는 그는 “결국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로듀서란 무엇인가.
△프로듀서는 캐스팅부터 제작까지 전 영역을 총괄한다. 누군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바로 잡기도 한다. 치열한 설득의 과정이 전제된다. 방향성이 합의되면 그걸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보통 프로듀서는 동시에 2~3개 작품을 병행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결합시킨다.
―프로듀서는 왜 중요한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중심을 잡아준다. 최소한 1년 정도 한 작품을 준비하는 작가나 감독은 더 이상 객관적이기 어렵다. 그럴 때 냉철한 조언을 하는 사람이 프로듀서다. 작가나 감독의 미움을 받을 수밖에. (웃음)
―작품을 고를 때 기준이 궁금하다.
△시청자의 시선을 따라가기 위해 시놉시스 보단 대본을 집중해서 읽는다. 이해가 안되서 시놉시스를 읽게 하거나 대본을 앞뒤로 뒤적여야 하는 대본은 결국 덮는다. 캐릭터가 명확할 때 술술 잘 읽히는 편이다. 채널의 특성을 일부러 의식하진 않는다. 드라마를 제작하고 싶은 이유가 분명한 게 중요하다. 그 다음에 편성을 위해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을 거친다. OCN ‘블랙’과 ‘플레이어’는 주변에서 반대했지만, 끊임없이 설득해 제작까지 이어졌다.
글로벌 OTT의 시장 진입 등 드라마 시장의 경쟁은 전보다 치열해졌다. 미디어 환경의 급변에도 현장은 주먹구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난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도 김 CP의 몫이었다. 그는 “고착화돼 주먹구구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다”고 일침하면서 “서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드래곤와 일하면 적어도 제작사가 손해를 보지 않는다. 제작비 지급 방식 등에서 지상파와 차이가 있다. 그에 비하면 지상파는 여전히 제작비 지급을 제한하고 있다. 글로벌 OTT도 드라마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제 돈 받고 콘텐츠를 팔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무하는 입장에선 어려움도 있다. ‘나홀로 그대’, ‘좋아하면 울리는’ 등 넷플릭스를 드라마를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제작하는데, 현지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프로듀서 육성은 어떻게 이뤄지나.
△아직은 도제 시스템이다. 내부적인 훈련과 현장 경험을 토대로 신입 프로듀서들을 육성하고 있다. 스타 PD와 작가는 있지만 스타 프로듀서는 없지 않나. 후배들에게 미래를 만들어 주고 싶다. 전사 차원에서 프로듀서의 브랜드화를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