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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미투]국가대표 선수촌 폐지..근원 해결 되나 논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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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기자I 2019.01.14 06:00:00
국내 선수촌의 탄생과 현재.(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성폭력이 이뤄졌다고 주장한 장소 가운데는 국가가 운영하는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도 포함돼 있어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진천선수촌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편안하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든 장소다. 이곳에서 꿈을 키워야 할 어린 선수가 악몽 같은 일이 겪었다는 것은 비참한 현실이다.

심석희는 만 17세인 2014년 이후 조 전 코치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심석희는 지난달 17일 조 전 코치의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단지 심석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대표 선수촌은 이미 안전한 장소가 아님이 전부터 드러났다. 대한체육회가 한남대학교 산합협력단에 의뢰해 실시한 ‘2018년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국가대표 선수 및 지도자들의 폭력 및 성폭력 경험 비율은 각각 3.7%와 1.7% 였다.

국가대표 선수 가운데 성폭력을 당한 10명 중 8명은 진천선수촌에서 피해를 당했다. 2016년 8월에는 진천선수촌 여자 탈의실에서 몰래카메라를 촬영한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영구제명되는 일도 있었다.

국가대표 선수촌이 성폭력의 장소가 된 이유는 특유의 폐쇄성과 지도자-선수 간의 수직적인 관계 때문이다. 심석희처럼 남성 지도자 밑에서 훈련하는 여성 선수의 경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

1966년 6월 30일 태릉선수촌이 처음 건립된 이래 현재 진천선수촌에 이르기까지 국가대표 선수촌은 한국 스포츠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슬로건 하에서 태릉선수촌에서 땀을 흘리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위 선양의 역군으로 추앙받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엘리트 스포츠의 폐혜가 잇따라 드러나고 선수들의 인권과 자율성이 강조되면서 국가대표 선수촌에 대한 시각도 바뀌기 시작했다. 국제대회 성적을 위해 10~20대 선수들을 반강제적으로 모아놓고 합숙 훈련을 강요하는 시스템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성폭력을 비롯해 국가대표 선수촌의 폐혜가 불거지면서 아예 국가대표 선수촌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국가대표 선수촌은 스포츠가 체제 선전의 수단이었던 구시대 유물인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지금의 국가대표 선수촌 시스템은 엘리트 스포츠 교육과 깊은 연관이 있다. 선수들 대부분은 효율성이라는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합숙소 생활을 해왔다. 국가대표가 돼서도 마찬가지다. 선수촌과 같은 외부와 단절된 형태의 합숙 공간은 감시나 제재가 없다. 권력을 가진 지도자와 약자인 선수 사이에 잘못된 관계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한국 스포츠 폭력 문제의 절반 이상이 합숙에서 비롯된다. 그곳에서 감독이 선수를 구타하고 성폭력이 일어난다”며 “국가대표부터 근본적으로 합숙 문화를 없애지 않으면 문제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있다. 엘리트 스포츠의 국가적인 경쟁은 엄연히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의 실력 향상을 위해선 국가대표 선수촌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기 종목에 비해 훈련 여건이 열악한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 국가대표 선수촌의 존재는 더욱 소중하고 절실하다.

최동호 스포츠시민연대 대표는 “지금의 합숙 훈련이 후진적인 형태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가대표 선수촌을 폐지하기는 쉽지 않다. 단체 합숙훈련을 폐지하면 종목별로 훈련 인프라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법은 국가대표 지도자가 되기 위한 자격을 강화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또 대규모 합숙시설이 아닌 각 종목별 합숙시설 등도 만들어야 한다. 최동호 대표는 “독일이나 일본 등은 공인 스포츠 지도자가 되기 위해 성폭력 방지를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신체적·정신적 검증도 이뤄진다”며 “우리나라도 국가대표 지도자의 자격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무겁게 매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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