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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인 개그맨 김준호의 꿈은 원대했다. 지난 2013년 제 1회를 돌아보면 턱 없이 부족한 예산 1억 원을 아끼고 아껴야 했다. 어느덧 10개국 40개 팀이 무대에 오르는 국제페스티벌로 성장했다. “개그맨들이 잘 먹고 잘 사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김준호의 지난 노력 덕분이었다. 이제 코미디 시장의 중심지 역할을 할 ‘월드 코미디센터’를 꿈꾸고 있었다.
2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있는 카페에서 만난 김준호는 전날 1년 중 가장 바쁜 날을 보냈다. 제 6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 개막식과 전후 행사로 눈코 뜰 새 없었다. 개막식 직전까지 전 국민의 관심사였던 태풍 솔릭 때문에 당일 새벽까지 세트를 설치 못해 마음고생도 했다. 다행히 부산 영화의전당은 태풍의 피해를 비켜갔다. 덕분에 100여 명의 아티스트와 게스트, 2800여 명 관객이 참석한 개막식은 성공리에 끝났다. 피로로 충혈된 눈에도 표정은 밝았던 이유였다.
내달 2일까지 열리는 올해 부코페는 풍성한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옹알스’·‘이리오쇼’·‘해수욕쇼’ 등 기존 인기 프로그램을 비롯해, 미취학 아동이 대상인 ‘쪼아맨과 멜롱이’와 ‘영원한 오빠’ 임하룡의 디너쇼로 연령대를 확대했다. ‘코미디 스트리트’ ‘오픈 콘서트’ 등으로 무료 야외 공연을 늘린 것도 특징이다.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는 말에 그는 “아직 멀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10회가 넘으면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 같다. 에딘버러·멜버른·몬트리올 등 영미권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페스티벌이 있고, 중국은 올해 4회를 맞았다. 양 측과 모두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위치적으로나 콘텐츠에 있어 우리나라는 가운데 있다. 소통의 중심지란 점에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시즌제를 제외한 김준호가 출연하는 고정 프로그램은 KBS2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정도다. “여행 프로그램만 3개(1박2일, tvN ‘서울메이트’, SBS ‘무확행’)다. 페스티벌 때문에 해외 출장도 잦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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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과 비슷하다. ‘꺾기도’, ‘뿜엔터테인먼트’, ‘감수성’ 등 여러 코너가 있지만, 역대 ‘개콘’ 역사상 인기 1위는 아니다. 대신 꾸준히 중상위권이었다. 장기전에 강한 게 내 장점이다. 다만 요즘 고민은 철들까봐 걱정이다. 놀아야 개그맨인데 일만 하고 있다. (웃음) 이러다 철들면 안 든 척 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럼 진정성이 없다.”
‘개버지’(개그맨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에게 개그 프로그램의 위기에 대해 물었다. 지상파 3사 중 유일한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조차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난 12일 방송분은 4.9%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는 “‘개콘’의 문제가 아니”라며 “지상파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이제 유튜브·공연 등 개그맨의 영역이 넓어졌다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눈물을 흘리는 슬픈 순간에도 어떻게 웃길까 생각한다”는 김준호. 그는 천생 개그맨이었다. 그에게 ‘코미디’란 무엇인지 물었다.
“코미디는 패러디다. 연기까지 아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걸 재생하는 게 중요하다. 기억을 살짝 건드려 주면 많이 웃는다. 유명 CF를 따라하거나 역대 대통령을 흉내 내면 웃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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