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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우정
“친형 같은 사람”(김용화) “평생의 가족”(원동연)
김 감독과 원 대표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감독과 원 대표는 2000년 무렵부터 호형호제 하며 지낸 막역한 사이다. 원 대표는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 발을 들였다가 제작에 뛰어들었다. 김 감독은 ‘오 브라더스’(2003)로 데뷔했다. 두 사람은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리얼라이즈픽쳐스 창립작인 ‘미녀는 괴로워’(2006)를 함께 만들어 608만명을 모으는 흥행을 거뒀다. 이 영화가 흥행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이 영화계를 떠났을지 모른다고 원 대표는 말했다.
‘미녀는 괴로워’에 이어 ‘국가대표’(2009)도 두 사람의 합작품이다. ‘국가대표’는 원 대표의 아이디어로 출발해 김 감독의 손에서 완성됐다. 김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로 비교적 탄탄대로를 걸었다. 원 대표도 ‘광해, 왕이 된 남자’로 하늘이 점지해 준다는 천만영화를 얻었다. 그러나 ‘미스터 고’(2013)와 ‘대립군’(2017)은 두 사람에게 부진을 안겼다. 각자일 때 부침을 겪었지만 둘이 힘을 합할 때는 대박이 터졌다. ‘미녀는 괴로워’에 이어 ‘국가대표’는 710만명으로 다시 한 번 김 감독과 원 대표의 궁합을 증명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할 때마다 시너지는 크게 났다. 시너지가 최대치로 발한 게 ‘신과함께’(2017~18)다.
◇세 번째 의기투합, 최고의 시너지
“한 차례 고사, 다시 연락받았을 땐 최소 2부작 가야 한다고”(김용화) “난생 처음 죽기 살기로 치열하게 작업”(원동연)
‘신과함께’는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이 원작인 영화다. 원 대표가 7년전 판권을 사 김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다. 당시는 김 감독이 ‘미스터고’를 준비하고 있었던 때로 원작을 훼손할지 모른다는 부담감과 에피소드 형식의 이야기에 영화보다 드라마로 만들기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 고사했다.
김 감독과 원 감독이 다시 손을 맞잡은 건 실패의 쓰라린 경험이 한 몫 했다. 김 감독은 ‘미스터 고’로 원 대표는 ‘대립군’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원 대표가 3년만에 다시 연출을 제안했고, 김 감독은 완결된 웹툰을 본 후 용서와 구원을 말하는 작품의 메시지에 큰 감동을 받아 마음을 바꿨다.
‘신과함께’의 방대한 서사에 두 사람은 2부작 시리즈 영화로 뜻을 모았다. ‘신과함께’는 국내 영화 최초 1·2편 동시에 제작됐고, 제작비 규모가 총 400억원으로 막대했다. 이례적인 제작비에 선뜻 나서는 투자자가 없었다. 원 대표가 직접 투자를 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판타지 영화라고 하면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등 할리우드 영화를 먼저 떠올리는 관객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김 감독의 입장에서도 무모한 도전이었다. 김 감독은 “타성을 버리고 나를 계속 자극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전에 나를 밀었다”고 말했다.
◇한국 넘어 아시아, 세계로
“K무비도 가능하다”(김용화) “토종 프랜차이즈 영화 많이 나와야”(원동연)
지난해 12월 개봉한 1편 ‘신과함께-죄와 벌’은 1441만명 관객을 모으고 ‘명량’의 뒤를 이어 한국영화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대만 역대 아시아 영화 흥행 1위, 홍콩 역대 한국 영화 2위 등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부산행’ 이후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K무비가 됐다. 이는 김 감독이 대표로 있는 덱스터스튜디오의 기술의 힘이 컸다. ‘신과함께’는 할리우드 못지않은 시각특수효과로 호기심과 놀라움을 선사했다. 김 감독은 “덱스터는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다”며 기술력을 자부했다. 사드 해빙 무드에 중국에서 한류를 재점화하는데 ‘신과함께’가 K무비의 바람을 일으킬지 기대되고 있다.
2편 ‘신과함께-인과연’은 국내와 비슷한 시기에 해외에서 개봉한다. 10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신과함께’가 국적을 넘어선 인기를 누리는 건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아시아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이야기와 메시지가 있어서다. 김 감독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우선으로, “그러한 이야기에 잘 융화된 VFX 효과 덕”이라고 영화의 인기를 말한다. 원 대표도 따뜻한 웃음을 주면서 휴머니즘을 지닌 작품들을 주로 선보였다.
‘신과함께’의 출발은 ‘시련’과 ‘모험’이었다. 20년 가까이 이어온 두 사람의 ‘인연’을 바탕으로 한 ‘신뢰’와 ‘도전’이 ‘신과함께’의 흥행을 거뒀다. ‘신과함께-인과 연’의 초반 흥행으로 벌써 3편을 바라는 이들이 생겼다. 두 사람은 K무비에 또 한번 도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