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11년 12월 조광래(59) 전 감독을 성적부진을 이유로 전격 경질했다. 후임 감독에 대한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고 혼선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협회는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쪽으로 고려하겠다고 했다가 국내 감독으로 급선회했고 결과적으로 선택은 최강희 당시 전북현대 감독이었다.
최 감독은 처음에 정중히 사양했다. 7년째 공들여 잘 나가고 있는 전북을 떠나 굳이 떠나서 ‘잘해야 본전, 못하면 역적’이 되는 대표팀 감독을 맡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최 감독은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비롯한 협회의 간곡한 요청에 끝내 응했다. 단, 조건을 내걸었다. 스스로 기한을 정한 것이다.
최 감독은 2011년 12월2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2013년 6월 이후에는 전북현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본선을 가더라도 (이후에는)내가 사양을 하겠다고 협회에 이야기했다”며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한국 축구가 본선에 갔을 때 큰 성과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한부 사령탑’의 일기가 시작됐다. 지난해 2월 고향이나 다름없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평가전)을 상대로 4-2 완승을 거두며 가벼운 출발을 알렸지만 1년6개월 동안 스페인, 크로아티아 등 유럽 강호들과의 평가전에서 1-4, 0-4로 완패하는 등 한계를 절감했다. 때마다 팬들로부터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아야 했다.
특히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초반 수월한 행보와 달리 갈수록 완성도와 조직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 혹독한 시련을 맞았다. 지난 5일 레바논과의 6차전에서 졸전 끝에 1-1로 비기면서 크게 실망한 팬들의 비판 수위는 절정에 치달았다.
앞서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최종예선 막판 3연전 엔트리에서 제외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이들도 더욱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실으며 최 감독을 코너에 몰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한 가지만 생각했다. 1년6개월 전에 취임 자리에서 밝혔던 대로 한국 축구를 8회 연속으로 월드컵에 보내는 것이 중요했다. 경기 내용을 중시하던 최 감독이 언젠가부터 “내용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한 배경이다.
묵묵히 버틴 최 감독은 약속을 지켰고 이제 약속대로 떠날 일만 남았다. 물론 최 감독이 떠날 것인지, 떠난다면 언제 떠날 것인지 등에 대해서 협회의 명확한 입장은 없었다.
앞서 정몽규 협회 회장이 ‘본선에 간다면 최강희 감독이 연임을 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지만 의도는 알 수 없다.
후임 감독을 둘러싼 소문들이 많다.
김호곤 울산현대 감독,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세뇰 귀네슈 전 FC서울 감독, 세르지오 파리아스 전 포항스틸러스 감독 등 국내외 여러 감독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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