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미녀에게 반하다]한국여자골프, 15년간 21배 성장..인기 비결은?

김인오 기자I 2013.05.03 06:01:30

KLPGA 투어, 올해 상금만 175억원
선수 33%는 억대 연봉
시청률, 광고단가도 우위

양수진(왼쪽부터)과 김하늘, 이예정, 김자영이 2일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마에스트로CC에서 열린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프로암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앞에 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한국판 수퍼볼’로 자리 잡았다. 스폰서 기업부터 참가 선수, 그리고 골프팬까지 모두가 즐거워하는 비즈니스모델로 발전했다.

2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따르면 수도권 개막전으로 열리는 ‘제3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을 포함해 올해 공식 대회는 모두 27개에 달하며 상금규모는 175억원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주관하는 코리안투어 대회 15개와 상금 규모 123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1998년 박세리(36·KDB금융그룹)의 US여자오픈 우승 당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1998년 남자투어는 7개 대회에 상금 규모가 14억7670만원에 달했지만 여자투어는 7개 대회가 열렸음에도 상금 규모는 7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현재 KLPGA 투어는 21배나 성장했고, 같은 기간 남자투어는 7배 성장에 그쳤다.

특히 여자골프의 인기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1998년 45개 대회에서 올해 41개 대회로 줄었다. 하지만 상금 규모는 1998년 9605만달러(약 1060억원)에서 올해 2억6675만달러(약 2946억원)로 177% 성장했다. 반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같은 기간 41개 대회에서 28개 뒷걸음질쳤고 상금 규모도 3311만달러(약 343억원)에서 4880만달러(약 548억원)로 47% 성장에 그쳤다.

KLPGA 투어의 비즈니스 효과는 ‘경기 침체기’에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발 재정위기의 후폭풍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로 굳어져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감이 큰 상황에서도 KLPGA 투어는 나 홀로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올해는 지난해 22개 대회보다 5개 대회가 늘었고, 상금 규모도 지난해 138억원에서 올해는 175억원을 돌파해 ‘총상금 200억원 시대’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선수 저변 확대도 KLPGA 투어만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KLPGA 정회원 800명 가운데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정규 투어 출전 선수는 추천 선수를 포함해 모두 106명.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격언은 KLPGA 투어에 그대로 적용된다. 상금이 많다 보니 프로골퍼가 고소득을 보장받는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지난해 상금랭킹 4위까지 4억원 수입을 넘겼고, 63위도 4000만원을 벌어 대기업 대졸 초임 수준에 육박했을 정도다.

매년 우수한 선수가 탄생하면서 KLPGA 투어 출신의 해외 투어 선수도 급증했다. 조건부 투어 합류 선수를 포함해 LPGA 투어에 현역으로 참여하고 있는 선수는 모두 31명에 달하며, 일본투어로 넘어간 선수도 무려 23명이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는 새로운 공식을 만든 셈이다.

KLPGA 투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투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올해 시드 배정자 대부분이 든든한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 소속인 김효주(18)와 LG그룹 소속 김자영(22), KT 소속 김하늘(25) 등은 인기스타 모델료와 비슷한 5억원 규모로 연간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다. 이 정도면 프로골퍼 중에 걸어다니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여자투어의 인기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가장 먼저 프로암 대회의 인기를 꼽을 수 있다. 기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불경기로 들어가면서 VVIP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마땅한 서비스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VVIP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기업이 여자프로골프 대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마케팅 효과는 이미 검증이 됐다는 얘기다.

3일부터 열리는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프로암 대회 진행을 맡은 담당자는 ‘인기 여자골퍼 조에 배정해달라’는 초청자들의 민원(?)에 곤욕을 치렀다. 이에 주최 측은 즉석에서 현장추첨으로 프로 선수를 정하기로 했을 정도. 금융사의 고위 관계자는 “남자프로와의 프로암대회에 나서면 티 박스가 달라 사실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여자프로와의 프로암대회는 분위기도 화기애애할 뿐 아니라 거리가 비슷해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레슨을 받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KLPGA 투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갤러리 티켓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대회를 개최하는 기업의 한 관계자는 “갤러리 부족으로 시달렸던 아픔은 이제 과거가 됐다. 대회 기간이 되면 ‘티켓 청탁’ 민원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밝혔다.

방송 환경도 여자골프 인기에 큰 보탬을 주고 있다. 방송 중계권 계약이 완벽히 정리되지 못한 관계로 현재 KLPGA 투어는 SBS골프와 J골프 두 방송사에서 동시 중계를 하고 있다. 골프 방송을 시청하는 모든 골퍼에게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셈이니 이보다 더한 횡재가 또 있을까. 대회를 주최하는 스폰서의 입장에서도 여자대회를 선호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시청률도 남자 대회를 압도한다.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골프채널 광고단가는 케이블 TV 시청률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YTN과 TVN에 버금가는 높은 가격으로 책정된다. 김평기 스포티즌 부사장은 “여자골프의 인기는 앞으로 2~3년까지는 무리없이 이어질 것이다. 협회 설립의 취지를 잊지 않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기간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KLPGA가 기업식 마케팅 기업을 도입하면서 대회가 풍성해진 점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다. 지난해 3월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취임 이후 KLPGA 조직은 철저하게 마케팅 조직으로 개편됐고 투어에 대한 홍보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도 나서는 상황. 구 회장은 “무턱대고 스폰서를 찾아가 대회를 부탁하는 시대는 지났다. 스폰서들도 대회 유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폰서가 이해할 수 있도록 대회 유치 효과를 보여주는 계량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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