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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亞모터스포츠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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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기자I 2012.09.16 10:00:00
사진=아우디
[중국 주하이=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시아의 모터스포츠 중심은 일본과 중동, 동남아시아이었다. 일본은 막강한 자동차 산업을 앞세워 이미 1963년부터 F1 그랑프리를 개최했다.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등은 막강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F1 대회를 유치했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 등도 모터스포츠에 관심을 쏟았다.

그런데 그 주도권이 중국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중국은 2004년부터 F1 대회를 열었지만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각종 모터스포츠 이벤트가 줄을 이으면서 새로운 중심으로 당당히 떠올랐다.

특히 포르셰, 페라리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 잇따라 원메이크 레이스 대회를 열면서 중국의 모터스포츠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원메이크 레이스는 똑같은 모델과 사양의 차량으로 레이스를 벌이는 경기를 말한다.

포르셰가 주최하는 ‘포르셰 카레라컵’에 이어 페라리 역시 지난해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처음으로 원메이크 레이스인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를 열기 시작했다. 한류스타이자 프로레이서로 활동 중인 류시원이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아우디도 뛰어들었다. 아우디는 올해부터 ‘R8 LMS’의 원메이크 대회를 중국에서 열고 있다. 대회 이름은 ‘Audi R8 LMS Cup’.

R8 LMS는 아우디의 최고급 스포츠카를 경주용 차량으로 새롭게 고친 모델이다. 엔진파워가 500마력에 이르고 최고속도는 거의 320km나 된다. 차량 가격은 5억원에 육박한다. 차량의 프로필만 놓고 봐도 어마어마하다. R8 LMS은 GT3를 비롯해 다양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경주용 차량으로서 뛰어난 인정을 받고 있다.

아우디는 야심 차게 기획한 원메이크 레이스를 중국에서 열기로 했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 확대를 위해서다. 일찌감치 중국시장에 뛰어든 아우디는 2011년에만 중국에서 무려 3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대회가 열리는 도시인 주하이시(珠海市) 거리를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아우디 차량을 볼 수 있다.

중국 창천 공장에서 A4, A5 등 준중형차를 중심으로 직접 차량을 생산하는 아우디는 매년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까지 연간 판매량을 70만대까지 늘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원메이크 레이스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파고들기 위한 팬서비스인 셈이다.

아우디가 이 대회에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4일과 15일 중국 주하이에서 7전과 8전을 개최하면서 아시아 주요 국가의 취재진을 초청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말레이시아, 호주, 싱가포르 등 6개국의 기자들이 주하이를 찾았다. 물론 중국, 홍콩 등 중화권 기자들은 훨씬 많다.

대회가 열리는 주하이 서킷 곳곳에는 대회 관계자와 취재진을 위한 편의가 세심하게 제공됐다. 심지어 경기에 참가해 입상한 레이서가 직접 기자들과 VIP들을 위해 차량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정도다.

레이싱에 앞서 중국 전통의 용인형을 들고 분위기를 띄우는 대회 스태프들. 사진=주하이 이석무 기자
주최 측만 열을 내는 것이 아니다. 중국 국민들도 모터레이스의 열기에 자연스레 빠져들고 있다. 7전이 열린 15일의 경우 2만 석 규모의 메인스탠드가 절반 이상 들어찰 만큼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공짜가 아닌 유료 입장이지만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오전부터 관중석을 채웠다.

볼거리도 다양하다. 경기 당일 아우디뿐만 아니라 투어링카., 모터사이클, 카트 등 다양한 종류의 레이스가 빈틈없이 열렸다. 잠시라도 짬이 나면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을 활용한 묘기가 펼쳐졌다. 관중들이 지루할 틈이 없다. 경기장 바깥에는 먹거리 포장마차가 자리했다. 마치 한국의 지역축제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중국 광둥성 주하이는 F1 그랑프리가 열리는 상하이와 더불어 중국 모터스포츠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남부 광둥성에 위치한 주하이는 마카오와는 인접해있고 홍콩과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이른바 주장 삼각주(홍콩, 마카오, 광둥성) 경제권의 주요 도시다. 1980년부터 중국 4대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덕분에 주하이의 경제수준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중국 전체 도시 가운데 1인당 소득이 4위에 해당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도시 풍경에는 낙후된 중국의 이미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잘 가꿔진 선진국의 대도시를 연상시킬 정도다.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대표적 스포츠인 모터스포츠가 성공할 여건을 갖춘 셈이다.

실제로 주하이는 개방의 바람이 뜨거웠던 1996년 11월 중국에서 최초로 국제자동차경주장을 개장했다. 일찌감치 모터스포츠의 시대를 대비했다. 최대 6만명 수용할 수 있는 국제자동차연맹(FIA) 공인 국제서킷이다. FIA가 주최하는 GT3 대회는 물론 크고 작은 레이스대회가 끊임없이 벌어진다. F1을 열어도 손색이 없다.

모터스포츠는 그 나라의 자동차 발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새로운 기술 시험장이 되는 것은 물론 부품, 튜닝 등 자동차 관련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이 그랬다.

한국도 세계 자동차 5대 생산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동차 강국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여전히 모터스포츠는 초기 단계다. 지난해부터 F1 대회가 전라남도 영암에서 열리고 있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뿐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의 모터스포츠 발전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모터스포츠는 단지 레이싱 대회로 끝나는 게 아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의 막대한 투자로 이어진다. 최근 중국 자동차 산업의 무서운 도약도 모터스포츠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이 모터스포츠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아우디 레이스에 출전한 홍콩 영화배우 겸 가수 곽부성. 사진=이석무 기자
아우디 레이스에 나서는 자동차 내부 모습. 사진=이석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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