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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 당시 강호동은 심적으로 최악이었다. 강호동은 원래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옛날 방송인이라 방송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세금 탈루 의혹에 휩싸인 후) 시청자 투어 대비 캠프 녹화를 했는데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봤다. 당시 세대별로 모시고 갈 시청자들과 전화통화를 하는데 공교롭게 세대 불문 대부분 분이 강호동을 찾았다. 여든이 넘으신 분은 "(강)호동이 보는 맛에 산다"고 하시고. 그런 시청자분들과 얘기하다 잠시 녹화가 멈췄는데 강호동이 쉬면서 저 한구석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더라. 시청자분들과 통화하며 울컥했던 거 같다. `외국인 근로자 특집`에서 눈물 보인 후 강호동이 촬영하다 무너진 것은 처음이었다.
"김종민 벽이 많은 친구지만..."
-김종민도 위기였다. 그런 그가 마지막 촬영에서 울었다
▲이·최 작가: 김종민은 벽이 많은 친구다. 자기 속을 잘 털어놓지 않는다. 5년 가까이 일했는데도 후배 작가들한테 `OO씨`라고 하고 거리를 두는 스타일이다. 그런 김종민이 극장에서 영상을 보며 울더라. 짠했다. 입대 후 달라진 환경에 적응이 힘들었을 거다. 김종민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2년 동안 사람들이 변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종민이 재미없다`고 했다. 그 변화를 김종민이 빨리 따라잡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변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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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의 캐릭터도 개성 넘쳤다. 제작진도 예상치 못한 캐릭터를 선보인 멤버 한 명만 꼽자면
▲이 작가: 은지원이다. 그는 생각의 각도가 일반 사람과 다르다. 확실히 특이하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야기를 끌어낸다. 제작진도 촬영 전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미션을 정한다. 하지만, 은지원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수를 찾는다. 우리 머리 위에 있다랄까.
▲최 작가: 은지원은 아이돌그룹에서 리더였다. 그래서 다들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예상했다. 그런데 `초딩` 캐릭터가 나왔다. 누가 예상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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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 박찬호 선수다. 명사특집 첫 손님이었다. 시청률도 잘 나왔고. 박찬호는 프로생활을 오래 해서인지 정말 성실하고 꼼꼼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될지 상의도 자주 하고. 입수도 자진해서 했다. `같이 하시죠`라고 분위기도 북돋아 줬고.
▲최 작가: `집으로` 편에 나왔던 할아버지다. 강호동과 이수근이 신세 졌던 분이다. 이수근이 헤어지며 울기도 했던. 그 마을로 두 번 답사를 갔는데 할아버지를 만났다.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하니 흔쾌히 받아들이시더라. 다음날 아침밥도 해주고. 얼마나 따뜻한 분이신지 마음으로 와 닿았다. 어떤 멤버가 이 할아버지와 파트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았다.
-섭외 못해 아쉬운 명사도 있을 거 같다
▲이 작가: 박지성 선수다. 정말 공을 많이 들였는데 결국 초대하지 못했다. 영국에서 우리 프로그램 못 봤을까 봐 PMP에 프로그램 다운받아 매니저한테 전달해달라고 하고 했으니. 물론 섭외 전화도 여러 번 했다. 박 선수가 아직은 자신이 없다고 고사했다.
▲최 작가:시즌2에도 박 선수 섭외는 계속할거다.(웃음)
"이순재·최불암 선생님 형님 특집 아쉬워"
-무산된 특집 중 가장 아쉬운 기획은?
▲이·최 작가: 형님 특집이 생각난다. 연예계 대선배이신 이순재·최불암·신구 선생님 등 모셔 같이 여행 가고 싶었다. 이순재 선생님께서 "(최)불암아, 그렇게 하는 거 아니지"라고 말하는 걸 상상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냥 제작진이 선생님들께 게임 규칙만 설명하는 장면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
-다 준비해 놓고 떠나기 직전에 엎어진 남극 촬영도 아쉬울 거 같다
▲이 작가: 나영석 PD가 남극 촬영 때문에 타 방송사 PD분들께 양해도 구해놓은 상황이었다. 강호동·이승기 등은 타 방송사 간판 예능 진행을 맡고 있던 터라 2주 동안 스케줄을 비운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나 PD가 직접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박정규 PD와 SBS `강심장` 박상혁 PD께 전화해 양해를 구했다. 남극 여행에 꼭 필요한 관계기관 허락도 10곳에서 받아놨고. 6개월 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라 아무래도 아쉽다.
▲최 작가:이승기는 남극 여행 때 사진 찍으려고 카메라까지 따로 장만했다. 남극여행에 필요한 음식까지 갖춰뒀더라. 유통기한 7년짜리 그런 거 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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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작가: 나 PD 특유의 편안한 정서가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세련된 자막으로 비유도 하고 싶은데 나PD는 그걸 싫어한다. 무조건 쉽게가 그의 모토다.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 권위의식이 없다. 만약 PD가 좋다고 해도 다른 스태프 두 명이 다른 게 더 좋다고 하면 그걸 수용한다. 철저히 대중들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PD다. 궂은 일도 아랫 사람에게 절대 미루지 않는다. 촬영하다 혹 외부인과 마찰이 생기면 촬영끊고 직접 가서 상황을 정리하는 식이다.
▲이 작가: 맞다. `1박2일`은 철저히 사회주의적인 편집이다. `만인의, 만인을 위한, 만인에 의한`. 그리고 나PD는 추진력이 좋다. 영화 `방가방가`를 보고 외국인 근로자 특집을 제안했고 섭외한 분 중 한 명의 가족을 모셔오는 게 어떨지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나PD가 `다 모셔오지 뭐`라고 하더라. 그러더니 외교부랑 통화해서 그렇게 판을 키웠다. 박찬호 선수 섭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안 될 거 같다고 해도 전화해보지 뭐라는 식으로 일을 추진한다. 스타일? 나 PD는 `원시인` 같다. 스마트폰에 카카오톡 어플도 안 깔았다. `카카오톡`을 하면 자기의 모든 정보가 밖으로 빨려 나가는 줄 안다. 그 어플을 까는 순간 자신의 정보가 전 세계에 공유되는 줄 안다.(웃음) 진짜 생활이 `아날로그`다.
"여행 컨설팅 자주해 줘" "몸무게 15kg 증가"
-`1박2일`이 남긴 후유증은
▲이 작가: 사람들이 내가 `비타민` (KBS 정보 프로그램)작가 인 줄 안다. 지인들이 여행을 가려면 다 나한테 물어본다. "제주도 가려는 데 어디가 좋아?" "강원도 1박2일 코스 추천 좀"이런 식이다. 그러다 보니 여행 컨설팅을 정말 자주 해준다. "몇 사람 가?" "노인분 있어?"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여행 계획 물어가면서.
▲최 작가: 체중이 많이 늘었다. 15kg 정도? `1박2일`은 패턴이 많이 다르다. 야간작업도 많고.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이 아니라 점심 저녁 야식을 먹는다. 저녁만 세 끼를 먹는 날도 있다.
-두 사람에게 `1박2일`이란
▲이 작가: 내 인생의 명품이다.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을 또 할 수 있을까? `1박2을`은 내게 기분 좋은 자극이다. 나는 작가다. 지금 `1박2일`을 떠나 tvN에서 `더 로맨틱`을 하고 있다. 새 프로그램을 하려면 이전 프로그램을 빨리 잊어야 한다. 그런데 `1박2일`은 쉬 잊히지가 않는다. 작가로서 내겐 넘어서야 할 벽이기도 하다. 내 정점이자 넘어야 할 목표가 됐다.
▲최 작가: 내 인생 최고의 자랑거리다. 우리 식구에게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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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5일 `1박2일` 품은 두 명의 달(인터뷰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