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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똑똑. 존박(23)이 문을 두드렸다. 자기 스스로를 가둬뒀던 마음의 방을 여는 문. 그는 "혼자 많이 외롭고 힘들었다"고 했다. 집에서 몇 주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낸 적도 있단다. 그가 이제 세상을 향해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22일 발매된 첫 미니앨범 `노크`(Knock)를 통해서다.
존박은 2010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에서 준우승했다. 허각과 자웅을 겨룬 그는 준수한 외모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러브콜이 쏟아졌다. 가수를 넘어선 연기자로서의 가능성도 커 보였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4월 김동률과 이적 등이 소속된 뮤지션 중심의 중소기획사를 택했다. `슈퍼스타K2`에서 인기를 얻은 다른 동료가 앞다퉈 데뷔하는 동안 그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대중은 점점 그를 잊어갔다. 최근 기자와 만난 존박은 눈시울을 붉히며 "잊히길 바랐다"고 말했다.
- 그간 어떻게 지냈나
▲ 외롭고 괴로웠다. 소속사 분들이 친근하게 다가와도 내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게 아니라 나 스스로 등을 돌렸다. 나도 모르게 성격이 날카로워지고 어두워졌다.
- 무엇이 문제였나
▲ 성공에 대한 착각이랄까. 연예인이 됐다는 생각에 더욱더 고립된 생활을 하면서 내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다. 내가 왜 음악을 하는지부터 항상 감사해왔던 것들에 만족을 못하는지까지.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더라. 그런 내가 싫었다. 나 자신을 미워하고 못 믿었다.
- 지금은 괜찮나
▲ 김동률 선배와 함께 작업하면서 조금씩 깨달았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솔직해지는 법을 배웠다. 모든 게 나 자신에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 안에 괴로움도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됐다.
- 타이틀곡은 어떤 노래인가
▲ `펄링`(Falling)이란 곡이다. `사랑에 빠진다`는 의미 외에 `추락한다`는 뜻도 있다. 저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던 시간이 괴롭고 외로웠지만 나만의 음악 세계에도 빠질 수 있었던 시간이다. 그 시간에 대한 고백이다.
- 조바심은 없었나
▲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빨리 앨범을 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점점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또 오디션에서의 이미지를 버리고 싶었다. 그 힘을 빌려 인기를 얻고 싶지 않았다.
- 잊히는 게 두려울 법도 한데
▲ 잊히길 바랐다. 새로운 창조 과정을 거쳐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슈퍼스타K2` 출신 존박이 아닌 가수 존박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음악적 역량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다.
- 팬들의 기대가 크다. 부담은 없나
▲ 얼마나 대단한 앨범을 들고 나오려 그러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뮤지션으로서의 책임감은 있지만 부담감은 없다. 걸작을 만들겠다는 각오도 아니었다. 단지 내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엄청난 기대보다는 뮤지션으로서의 내 가능성을 봐 달라.
- 김동률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진 않나
▲ 김동률 선배도 내가 자신의 페르소나가 되길 원치 않는다. 하지만 김동률 선배처럼 좋은 가사를 쓸 수 있고 대중과 소통하면서도 자기 색깔이 확실한 뮤지션이 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게 전부가 아닌 다른 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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