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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카타르) =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한국축구대표팀(감독 조광래)의 든든한 맏형 이영표(알힐랄)가 일본과의 아시안컵 4강전 승부차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옛 기억의 트라우마(강한 충격 등에 의한 정신적 상처) 때문이었다.
조광래 감독은 27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도하 시내 한 양고기 레스토랑에서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한일전 석패의 소회를 담담히 밝혔다.
이 자리에서 조 감독은 '이영표 등 베테랑 선수들을 승부차기에 기용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영표는 2002년 아시안게임 때 실축했는데, 그것 때문에 영……"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한국은 이날 경기서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2-2로 마감해 승부차기에 돌입했으나, 단 한 명의 키커도 성공시키지 못하는 최악의 부진 속에 0-3으로 패했다. 구자철(제주유나이티드), 이용래(수원삼성), 홍정호(제주유나이티드) 등 젊은 선수들로 라인업을 짰으나 막중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한일전에서 패해 우승 도전에 실패한 것을 두고 국내외 언론들은 '조 감독이 결승 진출 여부가 걸린 중요한 승부차기서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을 기용한 것이 패인'이라며 꼬집었다.
관련해 조 감독은 "나이, 연차 등과 상관 없이 승부차기 연습 당시에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로 순번을 짰다"면서 "연습 때에는 높은 성공률을 보였지만, 연장 혈투를 치르는 과정에서 체력소모가 많았던 것이 실축으로 이어진 것 같다"는 설명을 내놓은 바 있다.
조 감독의 언급을 유추하면 이영표가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지 않은 건 실력 때문이 아니라 '실축'의 아픈 기억 탓에 선수가 출전을 고사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영표는 지난 2002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당시 와일드카드로 출장해 안정감 있는 경기력을 선보였으나, 이란과의 4강전 승부차기서 실축해 3-5 패배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 대회 직후 사령탑 박항서 감독이 경질됐고, 목표로 삼은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이동국(전북현대)을 비롯한 군 미필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지 못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실수로 인해 큰 좌절을 경험한 바 있는 이영표로서는 '아시안컵 결승 진출', '한일전 승리' 등 중요한 의미가 담긴 승부차기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조광래 감독이 별도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박지성(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경우 또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전 자신의 100번째 A매치였다는 점에서 '실축'에 따른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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