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요즘 프로야구에서는 '볼 끝'이란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감독, 선수, 팬에게도 익숙한 말이다. 보통 "볼 끝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투수가 던진 공의 종속(終速)이 빠르다는 얘기다.
공은 처음 던질 때의 스피드(초속·初速)와 타자 앞에서의 스피드(종속)에 차이가 있다. 미국 예일대 물리학과 교수였던 로버트 에이데어가 쓴 '야구의 물리학'은 이렇게 그 차이를 분석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중력과 공기의 저항을 받아 7피트(2m13)를 날 때마다 시속 1마일(1.6㎞)씩 속도가 떨어져 홈 플레이트에 도달할 때는 8마일이 감소한다. 그러나 같은 시속 150㎞짜리 강속구라도 투수에 따라 종속이 다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투수마다 공에 운동량을 전달하는 능력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운동량이란 움직이는 물체가 가진 힘을 말하는데, 물리학에서는 속도에 질량을 곱한 것으로 표현된다.
야구공의 무게는 147.7g에서 148.8g 사이로 규정돼 거의 일정하므로 투수가 만들어 내는 투구 스피드에 따라 공에 전해지는 운동량이 다르다. 보통 타자가 150㎞ 이상의 빠른 공을 칠 때 "배트가 밀린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이는 스피드에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이 갖고 있는 운동량이 타자가 휘두르는 배트가 갖는 운동량보다 크기 때문이다. 운동량은 직선 운동량과 회전 운동량으로 나뉜다.
회전이 많이 걸린 야구공은 날면서 주변에 공기 소용돌이를 만든다. 그러면 공기 저항이 줄어들어 회전이 적은 공보다 스피드 감소가 더디다. 야구공이 갖는 직선 운동량을 더 증가시키는 것이다.
또 회전 자체가 갖는 회전 운동량도 공에 힘을 더 실어주기 때문에 타자로서는 더 묵직한 느낌을 받게 된다.
회전 운동량은 공이 배트에 부딪히는 순간에도 회전의 힘으로 공이 배트의 '스위트 스팟(sweet spot)'에 맞지 않게 함으로써 공이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이때도 타자는 공이 무겁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타자가 단순히 속력만 보고 잔뜩 회전이 걸린 야구공을 무심코 휘두른다면 예상보다 큰 묵직함에 놀랄 수 있다.
결국 묵직한 공에는 체중이 아니라 회전이 실렸다고 말할 수 있다. 회전력, 회전 운동량이 묵직하다는 뜻의 핵심이다.
하지만 묵직하지 않은 공이라고 타자가 쉽게 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전이 없는 공, 즉 너클볼이 날아오면 공 뒤쪽에 생기는 난류 때문에 상·하·좌·우로 흔들리면서 공의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공은 느리지만 제대로 맞추기가 어렵고 좌우의 흔들림 때문에 치더라도 멀리 뻗질 못한다.
골키퍼들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무회전 프리킥의 방향을 몰라 멍하니 골을 허용하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