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다는 소식에 힘이 빠진 걸까. K리그 최저실점(12경기 9골)을 자랑하던 경남의 수비 조직력이 실종됐다. 경남 수비진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을 흘리듯 전남 공격수들을 놓쳤다.
경남은 21일 창원 축구센터에서 열린 2010 하나은행 FA컵 16강전에서 후반에만 6골을 내주며 전남에 4-7로 무너졌다. 2008년 FA컵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내려던 조 감독은 8강 탈락이 못내 아쉬운지 종료 휘슬이 울린 후에도 한동안 그라운드를 응시하며 벤치를 떠날 줄 몰랐다.
전남 박항서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다. 박 감독은 무더운 날씨에 상대 수비가 지칠 것을 계산해 간판 공격수 인디오를 선발에서 빼고 2-2로 백중세였던 후반 교체 투입했다. 인디오는 들어가자마자 빠른 발로 오른쪽 측면을 완벽하게 뚫으며 슈바의 골을 돕더니 이후 3분마다 한 골씩 2골을 추가해 순식간에 5-2를 만들면서 승부의 추를 기울였다.
올해 광양제철고를 졸업하고 입단한 지동원(19)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경남 격파에 앞장섰다.
리그 1위 제주는 후반 막판 김은중의 결승골로 울산에 1-0으로 승리했다. 부산은 후반 한상운과 이정호의 연속골로 강팀 서울에 2-1로 역전승했다.
16강에서 FA컵의 묘미인 하위 리그 팀의 반란은 없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 강릉시청은 전북을 맞아 전반을 1-1로 마치는 등 선전했지만 후반에 에닝요에게 결승점을 내주며 1-2로 무릎을 꿇었다. 수원시청과 대전한국수력원자력은 각각 수원과 인천에 졌다. 8강은 다음달 18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