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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 몰라줘도 실력은 한국이 세계 최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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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기자I 2009.01.08 08: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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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 ― '코트의 불사신' 김경련

2006 아시안게임서 日에 대역전 금메달

"정구장 모두 공짜… 많이들 보러오세요"

▲ 김경련은 안성 국제정구장에서 훈련한다. 여름철엔 하루에 10시간씩 강훈련이 이어지기도 한다. 김경련은“참 재미난 운동이니 경기장을 자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조선일보 제공] "우리팀이 단체로 움직이면 사람들이 무슨 선수냐고 묻죠. 그럼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한다고 대답해요. 잘 안 믿던데요."

라켓을 들고 있던 김경련(23·안성시청)은 깔깔 웃었다. 싱크로? 수중발레와 그녀의 라켓은 전혀 어울리는 물건이 아니지만 김경련이 이렇게 답하는 이유가 있다. "정구라고 하면 사람들이 '그게 뭐지'하는 표정이 되거든요. 우리도 열심히 하는데 화나잖아요. 그래서 싱크로라고 하면 다들 웃어요. 싱크로 체형이 아니니까요. 1980년대만 해도 연식정구라고 하면 다 알았다던데."

김경련은 한국의 정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2006년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때 20세의 나이로 출전,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대역전을 이끌어내며 금메달을 따 냈고 07년 안성 세계선수권대회 단체 및 복식에서, 지난해 문경 아시아선수권대회 단체 및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다. 복식 랭킹은 팀 동료 이경표(27)와 함께 세계 1위, 단식은 세계 3위다. 은퇴한 김지은이 보유했던 여자 단식 세계 1위 탈환이 눈앞이다. 안성시청 지헌수 감독은 "타고난 어깨의 힘이 좋고 스트로크와 게임 운영력이 모두 뛰어난 선수"라며 "서비스만 보완하면 더욱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안성 토박이인 김경련은 초등학교 때부터 정구를 했다. 아버지 창환(53)씨는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하고 어머니 이순례(52)씨는 말을 하지 못한다. 부모는 경기도 평택에서 작은 만두가게를 한다. 그러나 김경련은 이를 부끄럽게 생각한 일이 없다. 김경련은 부모 이야기를 하며 지갑 속에서 빛 바랜 사진을 꺼냈다. 30년 전 부모가 연애할 적의 모습이다. "우리는 (어려운 사정 탓에)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한 사진이 없어요. 그래서 두 분 옛날 사진을 갖고 다니죠."

생계에 바쁜 부모는 처음엔 딸이 어떤 운동을 하는지도 잘 몰랐다고 한다. 경기장에 응원을 오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버지가 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오빠(김범수·25)와 저는 일찍부터 우리 인생은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철이 일찍 들었던 셈이에요. 오빠는 축구를 했는데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 때 그만뒀어요.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알았죠. 제가 누나였으면 뒷받침을 해 줬을 텐데."

지금 오빠는 부모님의 만두가게 바로 앞에 일자리를 얻었다. 몸이 불편한 부모 곁을 지키려는 생각이라고 한다. 효녀로 소문난 김경련은 오빠와 함께 은행 대출까지 얻어 부모님께 작은 승용차와 아파트를 사 드렸다. 김경련은 "효녀 이야기는 부담스럽다. 당연히 자식이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녀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어드렸을 때 부모는 "만두 팔아 키운 딸이 금메달을 땄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당시의 대역전 활약으로 김경련은 '불사신'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루 10시간씩 훈련할 때면 힘들죠. 왜 이런 길을 택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하지만 지나고 생각하면 잘 선택한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목표를 다 이뤘으니까요."

김경련은 정구는 남녀노소 모두 할 수 있고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며 상대를 두고 하는 경기라서 혼자하는 운동보다 재미있다고 강조했다. "정구 경기장 모두 공짜거든요? 경제도 어려운데 돈 드는 다른 곳 가지 말고 정구장으로 오세요. 한국 선수들 실력이 세계 최정상급이에요."
 
韓·日·대만서 성행… 국내 동호인 5만여명

정구(庭球)는 테니스와 형제종목. 말랑말랑한 공을 쓰기 때문에 이전에는 연식(軟式)정구라고 불리기도 했다. 영어로는 소프트 테니스(soft tennis)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60개국에서 실시하며 한국 일본 대만 및 헝가리에서 특히 성행한다.

한국에는 실업 남자 11개, 여자 10개팀(선수 150여명)을 포함해 초등학교부터 실업까지 260여개 팀에 3000여명의 등록선수가 있다. 동호인은 4만~5만명. 정구의 발상지인 일본에는 200만명의 동호인이 있지만 최근 엘리트 전력은 한국이 세계 최강이다. 2007년 안성 세계선수권과 2008년 문경 아시아선수권에서는 각각 7개 종목 중 6개 종목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석권했다.

박상하 대한정구협회장이 1994년부터 16년째 국제정구연맹(ISTF) 회장으로 장수하고 있는 것도 경기력의 뒷받침이 되기 때문이다. 단식 경기의 경우 테니스는 한 세트 6게임씩 5세트(3세트 선승제)로 이뤄지지만 정구는 한 경기 5게임 1세트(3게임 선승제)로 승부가 난다. 국제경기는 7게임 1세트 방식이다. 코트 규격은 테니스와 같지만 라켓의 크기와 무게는 테니스 라켓의 80% 정도. 테니스처럼 손등 쪽으로 치는 백핸드 타구법은 없다. 정구의 백핸드는 손목을 돌려서 포핸드를 칠 때와 같은 면으로 공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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