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들, 우리 덕에 묵은 피로 싹 가시죠?"...소녀시대 윤아 인터뷰

조선일보 기자I 2008.03.14 09:35:54
[조선일보 제공] 2007년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걸(girl) 그룹 바람은 일종의'사회 현상'이다. 아이돌 그룹의 주 소비층인 10대의 열광에 20~30대의 성원, 이제는 40~50대의 동경까지 더해지고 있다. 핑클과 SES가 맞대결을 펼치던 10년 전에 비해 이들을 보는 '시선'은 한결 너그러워졌다. 그 한축이 SM엔터테인먼트의 '소녀시대'. 그 중 한 명을 꼽으라면 이 팀의 '간판' 격인 윤아(본명 임윤아·18)다. "삼촌 팬 분들의 성원 때문에 든든해요. 선물을 주셔도 몸에 좋은 홍삼, 벌꿀 같은 게 많죠. 우리를 가족처럼 챙겨주시는 느낌이 들어요."

12일 오후 조선일보 인터뷰 갤러리 'one'에서 만난 윤아는 자신들의 의미를 '피로회복제'로 정의했다. "어른들은 직장 생활을 하며 피곤할 때 저희들 노래하는 장면을 보시게 된다고 하던데…. 저희는 '피로회복제' 같은 존재 아닐까요?"

소녀시대는 작년 말 대선배 이승철의 89년 히트곡 '소녀시대'를 리메이크해 성공을 거뒀다. '삼촌 팬'들이 무섭게 증가한 계기. 라이벌 원더걸스의 '텔미'가 80년대 스타일의 중독적 후렴구와 안무로 나이와 계층을 초월한 사랑을 받았다면 이들은 아예 30~40대의 추억이 서린 곡을 직접 부르는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대중적 호응은 분명 '텔미'가 한발 앞섰다. "배 아프지 않았느냐?"고 하자 정색한다. "웬걸요. 저희도 쉬는 시간에 '텔미' 춤 따라 하느라 정신 없었는데요. 안무가 참 따라 하기 편했죠. 저도 '텔미'의 열렬한 팬 중 하나였어요."

윤아는 "원더걸스의 데뷔가 소녀시대보다 8개월 빠르다"며 '원더걸스 선배님'이란 호칭을 썼다. "두 팀이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면서 걸 그룹들이 주목받게 된 것 같아요."

윤아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연예인이 꿈이었다. 6학년 시절, 매 주말 열리는 SM엔터테인먼트의 공개 오디션에서 왁스의 '부탁해요'를 불러 합격했다. 5년간의 연습생 생활. 매일 5시간 이상 노래, 연기, 춤 교습을 받았다. 데뷔 전, '악플' 공세에 시달린 적도 있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네가 뭔데 우리 오빠들 옆에 있느냐?"는 비난이 쏟아졌고, 지금도 안티 팬이 존재한다. "사실, 그때 뮤직비디오 촬영하면서 외로웠어요. 한 팀으로 서로 챙겨주는 오빠들 모습이 부러웠죠. 쉬는 시간에 저는 혼자 책 보면서 시간을 때웠거든요. 그래서 지금 소녀시대의 멤버들이 곁에 있는 게 참 든든합니다."

그래도 튀어야 성공할 수 있는 연예계에서 멤버들 간 경쟁 심리는 당연하다. 그는 "저희도 사람인데 경쟁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그래도 한 사람이 뜨면 소녀시대 전체가 뜬다는 생각이 앞선다"고 했다. 간혹 말다툼도 벌어진다. 그러나 "굳이 화해할 필요 없이 하루만 지나면 다 풀어진다. 친자매 같은 사이라 그렇다"고 했다.

파격 대신, 정해진 '선'을 넘지 않는 조심스러운 답변을 하는 그는 아이돌의 한계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소녀시대로 평생 활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며 "나이가 들면 연기에 더 힘을 쏟고 싶다"고 했다. 가능성은 이미 확인됐다. 소녀시대 데뷔 전 방송된 MBC 드라마 '9회말 2아웃'을 통해서다. 30대 주인공 홍난희(수애)의 남자친구를 가로채려는, 얄밉지만 당찬 고교생 스타 작가 신주영 역이 그의 몫.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그는 대학 진학은 잠시 미뤄두겠다는 생각. "공부에 집중할 만한 여유가 생겼을 때 연극영화과나 외국어 관련 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돌 그룹은 결국 기획사의 상품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하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저희 정말로 이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죠. 그렇게 말씀하시면 서운해요. 회사는 저희를 도와줄 뿐이지 진로를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생글거리는 웃음을 잠시 접어둔 그는 아이돌의 비애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작년 수학여행에 우리 반에서 저 혼자 가지 못했어요. 기념사진을 보며 쓸쓸했죠. 친구들은 제 생활을 부러워하지만 저도 소녀시대가 되기 위해 많은 걸 포기했어요. 그 중 가장 큰 게 바로 학교 생활, 그리고 자유예요."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스타 소녀에게도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세상 이치는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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