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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연예인은 자산이지만 프로 축구 선수는 비용이다?’
프로 축구단이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내세우는 것은 선수다. 이들이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멋진 경기가 프로축구 최고의 상품이기 때문에 K리그 구단은 연간 예산의 70~80%를 선수들의 인건비로 쓴다.
하지만 회계규정을 들이대면 선수는 구단의 자산이 아니다. 회계상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선수는 비용 처리된다. 구단은 물론 선수들도 서운하겠지만 현실이다.
국내 최초로 프로 축구단의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안종복 인천 유나이티드 사장도 “구단이 자본 잠식(회사의 적자폭이 커져 자본금을 다 까먹은 상태)되고 있는 것으로 처리되고 있다, 창단 자본금 195억원 가운데 130억원 정도가 선수를 수급하는데 들어간 돈이다. 우리에게 선수는 자산인데 회계상 인정받지 못해 자본 잠식이 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애로 사항을 토로했다.
선수가 왜 구단의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할까.
지난 18일 인천 구단과 코스닥 상장 대표 주관 계약을 한 동양종합금융증권의 김시완 대리에 따르면 이는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회계법인 등 회계 처리 관련 기관들의 인식과 보수성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회계 규정을 적용하면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무형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들은 회사의 무형자산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기업회계기준서’ 3호 무형자산 항목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무형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식별가능성, 자원에 대한 통제, 미래의 경제적 효익 등 세가지 요건에 부합해야 하는데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자원에 대한 통제와 미래 경제적 효익 부분에서 미흡하다는 것이다.
연예인은 드라마 출연, CF 촬영 등으로 미래 수익을 대충 예측할 수 있고, 기획사와 수익 배분 조건, 독점적 권한 등의 부분이 비교적 명확한 반면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부상 위험이 상존하는데다 성장 여부, 향후 성적 등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 그들의 자산 가치를 정확하게 분석하기 힘든 탓이다. 한국의 회계 법인들은 무형자산 여부를 판단하는데 보수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결국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구단의 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회계법인들의 관행과 인식 변화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김시완 대리는 “구단이 금융 감독원, 재정경제부 등 유관 기관과 함께 공청회를 여는 방법 등으로 인식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영역이기 때문에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속적으로 시도를 한다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프로 축구 선수들은 계약금을 기준으로 구단의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법적인 문제라면 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인식과 관행의 문제이기 때문에 변화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로 스포츠 선수가 구단의 자산으로 인정받느냐의 여부는 한국 스포츠 산업 발전의 한 척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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