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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보릿고개'… 창고까지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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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백 기자I 2026.04.30 06:00:00

상반기 개봉작 8편뿐… 개봉 가뭄 현실화
외화는 상반기 20편 훌쩍… 체급 격차 뚜렷
제작 준비 영화도 4편 그쳐 '구조적 위기'
"정부 추경 예산, 지체 없는 집행이 관건"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한국 영화가 본격적인 ‘보릿고개’에 들어섰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개봉이 미뤄졌던 이른바 ‘창고 영화’마저 대부분 소진되면서, 극장에 걸 신작 자체가 부족한 ‘개봉 가뭄’이 현실화되고 있다.

오는 5~6월 개봉 예정인 한국 영화 ‘군체’(왼쪽부터), ‘이상한 과자가제 전천당’, ‘와일드 씽’ 포스터.(사진=각 배급사)
상반기 韓 영화 개봉 8편… 외화와 체급 격차 뚜렷

29일 영화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5대 배급사의 한국 영화 개봉작은 △1월 ‘프로젝트Y’(플러스엠), ‘하트맨’(롯데) △2월 ‘왕과 사는 남자’(쇼박스), ‘휴민트’(NEW) △4월 ‘살목지’(쇼박스) △5월 ‘군체’(쇼박스),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플러스엠) △6월 ‘와일드 씽’(롯데) 등 총 8편에 그친다. 특히 5~6월에는 각각 한 작품씩만 개봉하는 수준이다. 이는 최근 3년간 상반기 한국 영화 개봉 편수가 10편대를 유지해온 흐름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감소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더욱 뚜렷하다. 2019년 상반기에는 5대 배급사에서만 19편이 개봉했다. 당시 ‘극한직업’, ‘기생충’, ‘사바하’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갖춘 작품들이 잇따라 관객을 만났고, 장르 역시 코미디부터 스릴러, 드라마까지 다양했다. 반면 현재 극장가는 선택지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개봉작 감소는 곧바로 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 2019년 1~4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3831만 명에 달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은 2778만 명 수준에 머물렀다. 이마저도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이 없었다면 1000만 명대 초반에 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외화는 라인업이 화려하다. 4~6월 사이 ‘리 크로닌의 미이라’(워너브러더스), ‘슈퍼 마리오 갤럭시’(유니버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디즈니)를 비롯해 ‘모탈 컴뱃2’(워너브러더스), ‘마이클’(유니버설),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디즈니), ‘슈퍼걸’(워너브러더스), ‘토이스토리5’(디즈니) 등 대형 프랜차이즈 작품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같은 기간 한국 영화가 2편 안팎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체급 차는 더욱 벌어진다.

하반기도 ‘가뭄’… 제작 축소에 구조적 위기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거론되는 하반기 한국 영화 개봉작은 ‘호프’, ‘국제시장2’ 등 10편 안팎이다.

문제는 단순히 개봉 편수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작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더 크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제작 준비 중인 한국 영화는 4편에 불과하다. 촬영 중이거나 촬영을 마친 작품도 28편 수준이다. 이 중 실제 개봉해 100만 관객 이상 흥행을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은 10편 수준이라는 평이다. 투자 위축과 제작비 상승, 흥행 리스크 확대가 맞물리며 제작 단계부터 위축된 결과다.

영화계는 지금의 상황을 단순한 ‘비수기’가 아닌 ‘구조적 위기’로 보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밀려 있던 작품들이 순차 개봉하며 버텼지만, 이제는 그 물량마저 바닥난 상태”라며 “내년 이후에는 극장에 걸 한국 영화가 더 부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영화 분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중예산 영화 제작 지원 확대(260억 원) △독립·예술영화 제작 지원(45억 원) 등에 투입해 침체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올해 약 40여 편의 영화 제작을 지원해 영화계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지원책이 마련된 것보다 언제, 어떻게 예산이 집행되느냐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며 “예산 투입이 늦어지면 침체 상황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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