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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매력적 스토리·철저한 고증에 푹 빠져…잊혀진 배우 리스크

김보영 기자I 2025.04.10 06:00:01

유아인 마약투약에 개봉 4년 지연
분량 편집 못 해 흥행 우려했지만
실존인물과 꼭 닮은 연기에 호평
누적 관객 140만 돌파하며 1위로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유아인의 마약 투약 스캔들로 표류 끝에 4년 만에 개봉한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가 세간의 우려를 씻고 흥행에 순항하고 있다. 감동 실화를 흥미롭게 재구성한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력, 실존 인물의 외모, 성격, 버릇 등을 완벽 재현한 철저한 고증 등이 호평받으며 악재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영화 ‘승부’ 스틸.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누적 관객 140만 돌파…14일째 ‘왕좌’

9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개봉한 ‘승부’는 영화관입장권 집계 기준 누적 관객수 140만 명을 돌파했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와 하정우 주연작 ‘로비’ 등 경쟁작을 제치고 14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번 주말을 지나 손익분기점(약 180만 명) 달성이 유력하다.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 분)이 제자 이창호(유아인 분)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 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현역으로 활약 중인 바둑 전설 조훈현 9단과 그의 제자였던 이창호 9단의 실화를 담았다.

이 작품은 2021년 제작을 마친 뒤 후반작업을 거쳐 2023년 넷플릭스로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그해 주연 유아인의 마약 투약 스캔들로 공개가 미뤄졌다. 지난 1월 바이포엠스튜디오가 배급을 맡아 넷플릭스 공개 대신 극장 개봉으로 4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그간 영화계에선 출연 배우가 논란을 일으킬 경우 대체로 극중 비중을 줄이거나 출연 분량을 통째로 편집해왔다. 하지만 ‘승부’는 두 인물이 인생의 라이벌이 돼 대결을 펼치는 과정을 그렸기에 유아인의 분량을 그대로 살릴 수밖에 없었다.

“철저한 고증으로 영화 완성도 높여”

영화는 자신을 뛰어넘는 제자 이창호를 바라보는 스승 조훈현의 복잡한 감정선과 심리 변화 위주로 흐른다. 다만 이창호가 조훈현의 인생을 흔든 인물이라 초반부 아역 김강훈(어린 이창호 역)이 연기한 비중을 빼면 유아인의 분량이 러닝타임 115분 중 90분 가까이 된다. 유아인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흥행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기우였다. ‘승부’는 이날 기준 멀티플렉스 3사의 실관람객 평점인 △CGV골든에그지수 97% △롯데시네마 평점 9.4점 △메가박스 평점 9.1점을 기록 중이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높다.

‘사제 대결’이란 매력적 소재로 감동 실화를 흥미롭게 재구성한 스토리, 대국부터 인물의 외모, 성격, 버릇까지 철저한 고증을 통한 완벽한 재현, 배우들의 연기력이 리스크를 상당 부분 극복했다는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당시 두 사람의 대국이 큰 사건이었기에 실화 자체의 화제성이 높다”며 “디테일한 고증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평했다. 그는 또 “모든 출연진이 실존 인물과 꼭 닮아보일 만큼 뛰어난 연기를 펼쳐 극의 몰입감이 높다”고 덧붙였다.

배급사 바이포엠의 전략 적중 분석도

‘승부’에 앞서 출연 배우 문제가 있던 영화 ‘소방관’을 배급해 흥행시킨 바이포엠의 홍보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연말 개봉한 ‘소방관’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곽도원의 주연작이어서 논란이 됐지만, 손익분기점(250만 명)을 넘어 385만 명을 동원하는 기대 이상의 흥행몰이를 했다.

한 대형배급사 관계자는 “소방관의 희생을 담은 실화라는 점을 강조한 바이포엠의 홍보 전략이 적중한 것”이라며 “실화의 취지를 살려 소방병원 건립 ‘기부 챌린지’를 추진한 것도 관람 열기에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실화의 감동, 실존 인물 조훈현의 지원사격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배우 리스크’라는 최악의 악재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상일 바이포엠 영화·드라마 사업부문 이사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관객에 더 친근하게 다가서고, 실화의 취지도 살릴 수 있을지 항상 고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영화 ‘승부’ 스틸.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소방관’ 스틸.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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