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부터 경기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과 페럼 클럽에선 나란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 개막했다. 두 대회 모두 긴 러프가 우승 경쟁의 변수로 떠올랐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은 KLPGA 투어의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다. 경기가 열린 블루헤런 골프클럽은 6763야드(6184m)의 전장에 긴 러프와 까다로운 그린 관리로 유명했다. 올해도 비슷한 코스 세팅을 예상했으나 현실은 더 가혹했다.
KLPGA는 대회 개막에 앞서 서둘러 포어 캐디를 증원했다. 애초 경기 중 26명의 포어 캐디(볼의 위치를 찾아주는 진행 요원)를 동원해 코스에 투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랴부랴 13명 증원해 39명으로 늘렸다. 러프 길이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 공을 찾지 못하는 사태가 더 자주 발생할 것에 대비해 인원을 50%나 늘렸다.
블루헤런 코스의 러프 길이는 평균 15~20cm를 유지했다. 페어웨이와 가까운 지역도 10cm 이상 길었다. 게다가 페어웨이 폭은 15~20m 수준이고, 15번홀(파4)은 랜딩 지점의 페어웨이 폭이 겨우 10m에 불과할 정도로 좁혀놨다. 경기 막판 승부처가 될 17번홀(파4)은 다른 홀보다 러프를 더 길게 만들어 티샷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스 관리를 맡은 골프장 측에 따르면, 메이저 대회 수준에 맞게 코스를 세팅했다고 자부했다. 골프공의 지름은 약 4.27cm다. 깊은 러프에 떨어지면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1라운드 경기를 앞둔 박현경은 “공이 러프에 들어가면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다”라며 “포어 캐디를 39명이나 배치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난코스에 보기와 더블보기가 쏟아졌다. 이소영과 이수연, 신유진, 황예나 등은 10번홀(파5)에서 티샷을 러프로 보내면서 고전해 모두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이소영은 티샷을 235야드 보냈으나 러프에 들어가 두 번째 샷으로 110야드밖에 보내지 못했다. 페어웨이로 보낸 선수보다 거의 1타를 손해 보는 셈이다.
남자 골프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 페럼 클럽 역시 ‘러프와의 전쟁’을 이겨내야 정상에 설 수 있다.
이 대회는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최경주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개최한다. 가장 신경을 쓰는 것 중의 하나가 코스다. PGA 투어 수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난도를 조성해 변별력을 높임으로써 경기력이 좋은 선수가 우승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2일 공식 기자회견에 참가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긴 러프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함정우는 “경기를 하다 보면 공이 러프에 들어가지 않을 수는 없다”라며 “다만, 러프에 들어간 공이 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니 실력만큼 운도 따라야 한다”라고 걱정했다.
최경주는 2번홀을 예로 들었다. 전장 490야드의 파4 홀이다. 게다가 오르막 경사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티샷으로 300야드를 날려도 190야드가 남는데 오르막 경사까지 포함하면 200야드 이상 쳐야 공을 그린에 올릴 수 있다.
최경주는 “연습라운드 때는 페어웨이에서 5번 우드로 쳐도 겨우 공을 그린에 올릴 수 있었다”라며 “만약 공이 러프에 들어간다면 무조건 잘라가야 한다. 그러니 러프에 들어가지 않도록 정확하게 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러프가 길다고 해서 모든 선수가 잔뜩 겁에 질린 것만은 아니다. KPGA 투어 제네시스 대상 1위 장유빈은 그래도 장타를 앞세운 적극적인 공략을 다짐했다.
그는 “러프가 길다. 그러니 멀리 쳐놓고 웨지 같은 짧은 클럽으로 온 그린 하는 공격적인 경기를 하겠다”라고 다른 공략법을 밝혔다. 긴 러프가 우승 경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