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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제2회 대회, 1924년 8회 대회에 이어 역대 세 번째이자 100년 만에 돌아온 파리올림픽의 개회식은 ‘파격’ 그 자체였다. 기존의 올림픽 개회식 문법을 완전히 깬 전혀 새로운 이벤트였다. 일단 스타디움이 아닌 곳에 개회식이 열린 것 자체가 사상 처음이다. 그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미리 알려진대로 배를 타고 센강을 이동하는 선수단 입장이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였다. 각국 선수단을 태운 유람선은 프랑스 파리 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출발해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에 이르는 6㎞ 구간을 행진했다. 각 국 선수들도 새로운 방식의 입장에 신기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행진 구간에는 3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모여 개회식을 함께 즐겼다.
세계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 답게 개회식 내내 화려한 공연이 끊이지 않았다. 선수단 입장 중간중간에 영상과 문화 공연이 펼쳐진 것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올림픽 개회식이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쇼’가 펼쳐진 분위기였다.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2020년 세상을 떠난 프랑스 가수 지지 장메르의 곡 ‘깃털로 만든 내 것’을 카바레 공연 형식으로 불렀다. 파리 발레단 최초의 아프리카계 수석 무용수 기욤 디요프는 파리 시청 꼭대기에서 멋진 발레를 보여줬다.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공연에서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화면에 이어 오페라 가수 마리나 비오티와 록 밴드 고지라, 파리 관현악단 합창단이 함께 무대를 꾸몄다. 프랑스의 유명 가수인 아야 나카무라는 프랑스 학술원 앞에서 군악대와 함께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는 많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했다. 프랑스 오페라가수 알셀 생-시렐라는 펜싱과 태권도 종목이 열리는 ‘그랑팔레’ 옥상에서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열창했다.
그밖에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해 프렌츠 캉캉 댄스와 아크로바틱 댄스, 유로 댄스 등 프랑스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공연이 개회식을 빛냈다. 오페라 가수이자 브레이킹 댄서인 야쿱 조제프 올린스키의 퍼포먼스도 인상적이었다.
드비이 육교 위에선 다양한 세대의 프랑스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여주는 패션쇼도 열렸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이 만든 ‘메달 케이스’도 소개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현장 공연 뿐만 아니라 미리 준비한 영상이 잘 어우러지면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개회식을 완성했다. 파리를 대표하는 명소들을 퍼포먼스에 잘 녹이면서 볼거리를 더 높였다.
이번 개회식은 프랑스의 배우 겸 예술 디렉터 토마 졸리가 감독을 맡았고 총 12개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3000명에 이르는 공연자가 참여했다.
졸리 감독은 개회식에 앞서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회식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사랑”이라면서 “프랑스의 문화와 언어, 종교, 성적인 다양성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우려했던 보안 문제는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이날 개회식에는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등 글로벌 귀빈들도 함께 자리했다. 개방된 장소에서 행사가 열린 만큼 무려 7만여 명에 이르는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다만 옥에 티는 날씨였다. 개회식 내내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면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화려함을 100% 보여주지는 못했다.. 비를 피해 많은 관중들과 참가자들이 자리를 비우다보니 현장 분위기도 다소 어수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