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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울산과 광주FC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경기가 열린 울산 문수 축구경기장. 조금씩 비가 내리는 가운데 분위기는 무거웠다. 축제가 돼야 할 울산의 홈 경기는 전운이 감돌았다.
이날은 홍명보 울산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됐다고 발표된 뒤 처음 열리는 울산의 경기였다. 자연스레 홍 감독의 첫 공식 석상이기도 했다.
대표팀 사령탑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릴 때마다 줄곧 거절 의사를 밝혔던 홍 감독은 결국 감독직을 수락했다. 걱정하지 말라던 홍 감독이 말을 바꿔 대표팀으로 떠나자 울산 팬들은 분노했다.
한 울산 팬은 홍 감독에게 깊은 실망감을 전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와 어떤 이야기가 오갔든 저희 팬들에게 분명히 ‘안 가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한순간에 저버렸기에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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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울산 팬은 “솔직히 정떨어지는 행보”라면서 시즌 중 리그 감독을 빼 간 협회도 지적했다. 그는 “K리그가 발전하고 이를 토대로 대표팀 경기력을 향상하는 게 순서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마치 대표팀이 최고고 K리그는 그 밑에 있는 것처럼 취급한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울산의 상대 팀이었던 광주 팬 역시 고개를 저었다. 그는 “리그 선두 다툼을 벌이는 팀의 감독이 갑작스럽게 대표팀으로 가는 건 K리그 팬으로서 아닌 것 같다”라며 “만약 우리 팀 감독이 그랬다면 엄청난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에서 팬들의 분노는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울산 서포터즈는 홍 감독과 협회를 향해 ‘축협의 개 MB’, ‘피노키홍’, ‘K리그 무시하는 KFA 아웃’, ‘삼류 협회’ 등 항의 걸개를 내걸었다. 또 홍 감독을 향해서는 야유와 함께 “홍명보 나가”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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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은 울산 팬들에게 “저의 실수로 인해 이렇게 떠나게 돼서 정말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얼마 전까지 들었던 응원 구호가 오늘은 야유가 됐다. 전적으로 제 책임이고 다시 한번 울산 팬들에게 사과 말씀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20년 12월 울산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2022년 팀을 17년 만의 K리그1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2연패에 성공했으나 박수 대신 야유와 함께 울산을 떠나게 됐다. 대표팀 감독으로는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복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