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나무 맞고 떨어지는 행운..박현경, 2주 연속 연장서 웃었다(종합)

주영로 기자I 2024.07.01 00:10:00

KLPGA 맥콜 모나용평 오픈 연장 접전 끝에 우승
지난주 이어 2개 대회 연속 연장 치러 V샷
시즌 3승으로 대상, 상금 이어 다승도 공동 1위
"2주 연속 우승 기적 같은 선물 받은 것 같아"
작년 준우승 징크스 이겨 내려 더 혹독하게 훈련
최예림, 시즌 두 번째 준우승..이제영 공동 3위

박현경이 30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맥콜 모나용평 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이자 시즌 3승에 성공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밝게 웃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평창(강원)=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2019년 데뷔한 박현경은 2000년생 동갑내기 임희정, 조아연과 함께 주목받는 신예였다. 함께 데뷔한 동료들은 첫해부터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과 달리 박현경은 빈손으로 첫 시즌을 마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한 이듬해인 2020년부터 박현경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메이저 대회인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승을 신고한 데 이어 아이에스 동서오픈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1년 뒤엔 KLPGA 챔피언십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면서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강자이자 인기 스타로 등극했다. 성장통이었을까. 통산 3승을 달성한 이후부터 긴 우승 침묵에 빠졌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기간 9번이나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지독할 만큼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눈물을 곱씹으며 긴 시간을 버텨온 박현경은 지난해 10월 SK네트웍스 서울경제 클래식에서 2년 5개월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나긴 침묵에서 빠져나왔다.

2019년 데뷔해 2023년까지 5시즌 내내 정상급 기량을 선보인 것과 달리 상복은 많이 없었다. 평생 한 번 받는 신인왕은 조아연에게 돌아갔다. 상금랭킹도 2021년 4위, 2023년 5위가 최고 기록이었다. 대상과 평균타수 부문에서도 늘 한걸음 뒤에 머물러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2020년 2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오른 게 유일하게 받은 트로피다.

올해 그동안 한을 풀어낼 기회를 잡았다. 5월 두산 매치플레이와 6월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에서 2승을 거둔 지 일주일 만에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려 시즌 3승을 거뒀다. 이미 2승을 거둔 직후 상금(8억 8663만 1799원)과 대상(344점) 1위로 올라선 그는 3승 고지에 오르면서 다승 경쟁에서도 이예원과 함께 공동 1위가 됐다.

박현경이 30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맥콜 모나용평 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를 쳐 최예림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이겨 우승했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박현경은 경기 도중 최예림에서 역전을 허용했으나 16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에선 행운이 따랐다. 정규 라운드에서도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 오른쪽 나무를 맞고 코스 안으로 떨어지는 행운이 찾아온 데 이어 연장전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기사회생한 박현경은 두 번째 샷을 페어웨이로 보냈고 세 번째 샷을 홀 왼쪽 약 5m 지점에 세운 뒤 버디 퍼트를 넣어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최예림도 3온에 성공했으나 버디 퍼트가 홀을 벗어났다.

지난주에서 4차 연장 끝에 우승을 차지한 박현경은 2주 연속 연장 끝에 모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연장 전적은 4승 1패다.

박현경이 한 시즌 3승을 거둔 것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프로 통산은 7승째다. KLPGA 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은 이소미가 2022년 10월 SK네트웍스 서울경제 클래식, 에쓰오일 챔피언십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올해는 대상을 꼭 받고 싶다는 박현경은 “제 선수 생활에 2주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될지 상상도 못했는데 기적 같은 선물을 받은 것 같다”라며 “상반기에 3승을 하다 보니 지난해 준우승을 많이 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런 과정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이 빛을 보는 것 같다”라고 기뻐했다.

상승세의 비결은 철저한 준비 그리고 우승이 없는 동안 정신적으로 더 단단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스스로의 분석이다.

지난주 2승 뒤 박현경은 “준비된 자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난겨울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라며 “혹독하게 시즌을 준비했고 그 흐름을 이어가 우승이 나올 수 있었다”라고 했다.

기술적으로는 아이언샷의 정확도가 높아진 게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작년 시즌 그린적중률은 68.8%로 전체 53위에 그쳤다. 올해 77.2%로 높아져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긴장할 때마다 습관처럼 나오던 왼쪽으로 당겨치는 미스샷을 바로잡으면서 아이언샷의 순도가 높아졌다. 박현경은 전지훈련 때 머리와 상체를 고정하고 몸의 회전량을 늘리는 연습에 집중했다.

프로 데뷔 174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을 눈앞에 뒀던 최예림(25)은 이번에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통산 7번째 준우승에 만족했다. 이제경과 최민경은 합계 11언더파 205타를 쳐 공동 3위에 올랐다.

박현경이 10번홀에서 티샷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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