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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특급 대회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1년 만에 투어 통산 7승을 거둔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드라이버, 아이언, 웨지 샷을 PGA 투어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다. 티에서 그린까지 플레이에서 얻은 이득 타수는 투어 내 1위이고 지난 시즌 그린 적중률과 평균 타수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린에서는 유독 약했다. 지난 시즌 퍼트 부문 162위에 그쳤다. 지난해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1년 동안 수많은 우승 경쟁을 펼치고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이유다.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퍼트로 고민하는 셰플러를 두고 “말렛 퍼터로 바꿔보면 좋겠다”고 방송 인터뷰를 통해 조언했다. 공교롭게 셰플러는 그동안 사용했던 일자형으로 뻗은 ‘블레이드형 퍼터’ 대신 퍼터 뒤로 두 개의 뿔이 나 있는 듯한 ‘말렛 퍼터’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 투어 퍼터 신형을 백에 넣고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을 치렀다.
헤드가 큰 말렛 퍼터는 볼을 목표 방향으로 보내주는 관성모멘트가 커 퍼트의 정확성과 안정된 스트로크에 도움을 준다. 그는 나흘 내내 중요한 퍼트를 잇따라 떨어뜨리며 5타 차 대승을 거뒀다.
다만 셰플러가 1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게 말렛 퍼터의 영향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그의 노력이 무색해진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셰플러가 퍼트 코치 필 캐니언과 함께 퍼트 기술을 여러 차례 변경·연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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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셰플러는 공과 발의 간격을 더 넓히고 대신 허리를 더 숙였다. 유기적으로 자세가 낮춰지면서 팔이 자연스레 몸통에 붙게 된다. 고질적으로 먼저 움직이던 왼쪽 어깨도 고정됐다. 안정적인 스트로크를 할 수 있는 자세가 취해지는 것이다.
골프 교습가인 프로골퍼 이가나 씨는 “셰플러의 어드레스에 많은 변화가 있다. 그중 가장 큰 건 스탠스와 허리를 크게 숙인 것”이라며 “상체를 90도에 가깝게 숙여 팔이 몸통에 붙으면 더욱더 일관성 있는 스트로크를 만들 수 있다. 공을 원하는 위치에 보내기 때문에 긴장 상태에서도 퍼트에 흔들림이 없다”고 설명했다.
셰플러는 또 하나의 퍼트 비결로 골프공에 선을 긋지 않는 것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공에 선을 그으면 공이 홀까지 굴러갈 가상의 선과 맞추기가 용이해 더 정확한 정렬과 정교한 퍼팅을 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골퍼들이 퍼트가 잘되지 않을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해결책이다. 셰플러는 반대다. 공이 타깃을 벗어나는 게 자신이 그어놓은 선 때문에 더 도드라져 보이며 더 큰 불안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는 약점으로 꼽힌 퍼트에 대해서 오히려 더 완벽함을 기대해 왔고 그것이 그를 더 옭아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셰플러는 “공에 선을 긋지 않는 것이 나를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줬다”고 밝혔다.
한편 셰플러는 14일 밤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에서 열린 제5의 메이저 대회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사상 첫 2연패에 도전한다. 외신들은 “티에서 그린까지 플레이에서는 이미 최고였던 셰플러가 마침내 퍼터까지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다른 선수들이 긴장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