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연출한 김덕영 감독의 지론이다.
김덕영 감독은 21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건국전쟁’을 제작하기로 결심한 계기와 촬영 과정을 털어놨다. 아울러 ‘건국전쟁’이 쏘아올린 전례 없는 정치 다큐멘터리 흥행 신드롬, 이를 지켜본 소감과 그 열풍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이달 1일 개봉한 ‘건국전쟁’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국내외 연구자들의 증언과 사료를 바탕으로 그간 일부에서 ‘독재자’나 ‘기회주의자’로 폄훼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재조명, 재평가해 주목받았다. ‘건국전쟁’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이념 논쟁에 불을 지피는 촉매제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극장가에 이례적인 정치 다큐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개봉(1일) 당시 전국에 167개 스크린을 확보했던 ‘건국전쟁’은 정치권을 시작으로 그 입소문이 연예계와 일반관객들에게 이어지면서 지난 18일 기준 스크린 수가 전국 922개로 급증했다. 개봉 초에 비해 5배나 상영 규모가 늘어난 것. 설 연휴를 겨냥한 주요 상업영화들을 제치고 전체 박스오피스 2위, 한국 영화 기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다. 21일 오전 기준, 개봉 3주 만에 누적 관객 수 80만명을 넘어섰다. 누적 관객 수 10만명만 돌파해도 성공으로 간주하는 다큐멘터리극에서 볼 수 없던 흥행 ‘돌풍’이다.
김덕영 감독은 “사실의 힘이 떨치는 위력”이라며 “70년간 대한민국에서 이승만이란 인물은 비난과 왜곡의 중심에 있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사실적 자료와 기록 필름들이 공개되자 관객들도 충격을 받은 것”이라고 이를 진단했다.
‘건국전쟁’은 2021년에 시작해 3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김 감독이 전작 ‘김일성의 아이들’을 마친 뒤 차기작을 고민하던 중 발견한 북한 측 슬로건 ‘이승만 괴뢰당을 타도하자’, 이 한 줄의 문구가 그 시작이었다. 김 감독은 “1960년대 막을 내린 이승만 정부를 북한이 90년대, 2000년대까지 비판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며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승만을 없애야 했던 북한 김일성 체제와 남한의 주사파 세력의 연합작전이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정통성을 한반도에서 인정받기 위한 두 세력의 이데올로기적 발작이 이승만을 역사의 희생물로 만든 것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건국전쟁’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 그의 주변 인물들, 국내외 정치 역사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이 담겨 있다. 김 감독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직접 입수해 1954년 이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영웅의 거리’에서 카퍼레이드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이 영화에서 최초 공개됐다.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은 자료와 싸움을 하는 사람”이라며 “충분한 내용을 담은 증거 자료가 확보되지 않으면 대중에 공개할 수 없다. 대한민국사랑회와 트루스포럼이 초반에 후원금을 보태줬고, 그 외는 자체 제작이라 관련 예산도 거의 우리가 부담했다”고 떠올렸다.
‘건국전쟁’은 이승만을 자유민주주의 선구적 지도자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으로 빠른 발전을 이루기까지 이승만의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토지개혁 △여성투표권 부여 세 정책이 주효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김 감독은 “많은 여성이 1948년 이승만 정권이 여성투표권을 부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승만이 미국에서 오랜 세월 보내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몸소 배우고 실천한 결과가 여성투표권”이라며 “그걸 깨닫고 이승만 대통령에게 죄송한 마음을 품고 극장을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건국전쟁’의 개봉일을 한 달여 앞당겨 총선 전에 개봉한 것도 논쟁을 바라서였다고 한다. 김 감독은 “‘서울의 봄’, ‘길 위에 김대중’이 연이어 흥행했는데 이번엔 역사 진실성을 놓고 누가 옳은 것인지 붙어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승만 재조명을 위한 김덕영 감독의 행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후속편인 ‘건국전쟁2’의 제작을 진행 중이기 때문. 오는 29일 오후 2시 ‘건국전쟁2’의 제작보고회를 연다. 김 감독은 “2편은 비난과 왜곡에 맞서느라 제대로 못 다룬 ‘인간 이승만’을 다룬다. 그는 생각보다 정의롭고 지적인 인물이었다”며 “선진국으로 진입한 대한민국이 이제 과거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