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부문 심사위원 리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
| (사진=빅히트뮤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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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장벽은 넘어서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던가. 방탄소년단(BTS)이 드디어 ‘아미’(팬덤명)와 직접 대면해 가진 시간이 보여준 건 바로 그것이었다. 지난달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은 약 2년 반, 일수로는 864일 만에 방탄소년단이 대면으로 ‘아미’를 만난 자리였다. 그 긴 시간 방탄소년단과 ‘아미’ 사이를 가로막았던 건 바로 코로나19. 그 장벽을 넘어 다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이 콘서트가 가진 의미는 충분했다.
‘퍼미션 투 댄스’라는 곡을 콘서트의 타이틀로 가져와 굳이 ‘온 스테이지’를 붙인 건 그래서 의미심장했다. 이 곡 자체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게 막혀버린 현실에 대한 위로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곡의 가사에서 따온 ‘위 돈트 니드 퍼미션’(we don’t need permission)이라는 문구와 함께 마치 감옥처럼 연출된 공간에서 방탄소년단이 빠져나오는 걸로 여는 오프닝 무대에선 핑크 플로이드 ‘더 월’(the wall)의 한 대목을 보는 것 같은 통쾌함이 묻어났다. 콘서트는 중간중간 브레이크 타임에 들어간 영상을 통해 노래가 금지되거나 혹은 허용되지 않은 공간 등을 깨치고 나와 노래하고 춤추는 방탄소년단과 대중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광란의 파티에 나타나 조용히 하라는 옆집 아저씨의 말에도 불구하고 노래하고 춤 추거나 텅 빈 상점에서 만류하는 주인까지 합류해 함께 춤을 춘 장면 등이 그것이다. ‘춤을 추는 데 허락은 필요 없다’는 일관된 메시지가 스토리로 깔리면서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는 더 신나고 흥겨워졌다.
물론 이러한 장벽을 걷어내고 우여곡절 끝에 대면 콘서트가 허용됐지만 오미크론 확산세로 콘서트에 드리워진 코로나19의 그림자는 여전했다. 평시였다면 잠실 주경기장이 가득 채워지고 ‘아미’의 함성으로 후끈 달아올랐을 테지만,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켜가며 이뤄진 대면 콘서트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여줬다. 1회 공연의 수용인원이 1만5000명으로 한정됐고 거리두기를 했으며 3층 좌석은 비어 있었다. 무엇보다 당혹스러운 건 함성을 지를 수 없었다는 사실. “함성 없는 콘서트 처음이시죠?” 하고 묻는 방탄소년단의 목소리에는 반가움과 아쉬움이 뒤섞였다.
| (사진=빅히트뮤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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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채워준 건 질서정연하게 지킬 건 지켜가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한 아티스트와 관객들 간의 뭉클한 소통이었다. “소리 질러!” 대신 “박수 질러!”라고 외치면 ‘아미’들은 ‘아미밤’과 함께 든 응원도구 클래퍼로 박수소리를 냄으로써 함성을 대신했다. ‘박수? 오히려 좋아!’ 같은 ‘아미’의 센스 넘치는 플래카드가 마음을 전했고, ‘봄날’에 맞춰 클래퍼로 박자를 맞추는 놀이나 ‘아미밤’으로 파도타기를 하는 광경이 이어졌다.
앙코르 요청에 다시 무대에 나온 방탄소년단이 한 명씩 돌아가며 공연에 대한 소회를 전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제이홉은 이 공연이 ‘안도의 한숨’ 같았다고 했고, 지민은 모든 걸 표현할 수 없어 속상했지만 그래도 만났다는 게 중요하다는 진심을 내놨다. 진은 자신들이 오히려 ‘아미’의 팬이라며 직접 만든 ‘아미 머리띠’를 하고 나왔고, 슈가는 탈진해서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콘서트를 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함성이 없는 공연에 자괴감도 느꼈지만 훗날 이 초유의 공연이 추억이 될 것이라고 한 RM의 발언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차분했지만 그래서 더 그 안의 열기가 더 느껴졌던 공연.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표현이 딱 떠오르는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