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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8번홀(파4). 8m 버디 퍼트가 홀 안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지자 박상현(39)이 그린을 겅중겅중 뛰며 포효했다. 어퍼컷 세리머니를 두 번이나 날렸고 갤러리들의 함성을 유도했다. 경기를 보러 온 아들과 뜨거운 포옹도 나눴다. 그는 ‘세리머니의 제왕’답게 약 2년 6개월 만에 대회장을 찾은 약 2000명의 갤러리 앞에서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박상현은 17일 강원 춘천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2개를 엮어 4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 합계 10언더파 274타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DGB금융그룹 어바인 오픈에서 통산 10승을 거두며 KPGA 코리안투어 역대 최초로 통산 상금 40억원을 돌파했던 박상현은 이날 우승 상금 1억4000만원을 더해 약 42억3578만원으로 기록을 계속 경신했다.
3라운드까지만 해도 선두에 5타나 뒤진 공동 8위였다. 그러나 선두로 마지막 날 경기를 시작한 이상엽(28)이 5번홀(파5) 두 번째 샷 아웃 오브 바운즈(OB), 6번홀 티 샷 OB로 연이어 더블보기,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무너져 박상현에게 기회가 왔다.
박상현은 2번홀(파4) 보기를 범했지만 5, 6번홀 연속 버디에 이어 8번홀(파4)에서 111m 샷 이글을 낚으며 단숨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11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한 박상현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결정적인 8m 버디를 잡아냈다.
이 버디로 경쟁자들을 1타 차로 따돌린 그는 “꼭 집어넣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2등은 그만하자. 무조건 지나가게만 치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상현은 지난해 김주형(20)과 시즌 최종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까지 치열하게 제네시스 대상 경쟁을 펼치다가 5.54점 차로 대상을 내주고 크게 아쉬워했다.
7개월 만에 코리안투어 통산 11승을 거둔 박상현은 “올 시즌 목표인 5승까지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KPGA 코리안투어 간판 선수들은 오랜만에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들에게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까지 쉽게 우승자를 예감할 수 없었던 가운데 예비역 이형준(30)과 지난해 한국오픈 챔피언 이준석(34), 조성민(37)이 1타 차 공동 2위(9언더파 275타)를 기록했다.
김민규(20)가 단독 5위(8언더파 276타), 배용준(22), 김한별(26)이 공동 6위(6언더파 278타), 김동은(25)이 공동 8위(5언더파 279타)에 오르는 등 신예들도 개막전부터 활약을 펼쳤다.
2년 6개월 만에 갤러리에게 개방된 이번 대회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 1955명이 방문한 것을 포함해 나흘 동안 4000여 명의 갤러리가 입장에 선수들의 플레이를 생생하게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