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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연(28)이 4년 7개월만에 우승 트로피를 다시 들어올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던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이전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부활 샷’을 날렸다.
장수연은 10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2022시즌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를 엮어 4언더파 68타를 기록,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억2600만원이다.
◇ 약속의 18번홀에서 짜릿한 버디
장수연에게 롯데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의 18번홀은 ‘약속의 홀’이나 다름없다. 2013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장수연은 2016년 4월 이곳에서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했다. 당시 18번홀(파5) 10m 거리에서 한 칩 샷이 그대로 홀 속으로 들어가는 칩인 이글로 짜릿한 우승을 일궈냈다.
6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린 이번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17번홀까지 공동 선두였던 장수연은 버디 이상이 필요했다. 장수연은 티 샷을 245야드나 날렸고 두 번째 샷도 235.4야드를 보내 핀 왼쪽 6.5m 거리에 볼을 안착시켰다. 이글 퍼트가 핀 오른쪽으로 아쉽게 지나갔지만 버디를 잡아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장수연과 공동 선두를 달린 이소미(23)는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왼쪽으로 보냈고, 어프로치 샷은 그린 입구에 맞은 뒤 그대로 멈춰버렸다. 이글을 해야 자력으로 우승할 수 있었던 그는 마지막 홀에서 파를 기록해 장수연의 우승이 확정됐다.
장수연은 “3라운드에서도 18번홀에서 이글을 해 자신 있게 샷을 했다”며 “이 홀에서 이글을 해 첫 우승을 거둔 기억 덕분인지 타수를 줄일 수 있는 홀이라는 기분이 든다. 오른쪽에 물이 있어서 부담스럽긴 하지만 자신 있게 플레이한다”고 밝혔다.
장수연은 2016년 이후 6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올라 14년 만에 처음으로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2승을 거둔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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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연은 첫 우승 후 한 달 뒤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째를 거뒀고, 이듬해인 2017년 메이저 대회 이수그룹 KLPGA 챔피언십까지 정복하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이후 부진이 시작됐다. 2019년에는 상금 순위가 71위까지 떨어졌으나 메이저 우승 경력 덕분에 시드를 유지했다. 아이언 샷 궤도를 고치려다 부진에 빠졌고 뒷심 부족으로 우승을 놓친 일도 여러번이었다. 우승이 없고 성적도 좋지 않자 코스에 나가기만 하면 자신감도 뚝 떨어졌다.
슬럼프가 계속되자 장수연은 지난해 중학교 친구를 캐디로 대동해 부진 탈출을 노리기도 했다. 2021년 상금 순위 31위를 기록하며 서서히 본 모습을 되찾은 장수연은 이번 대회에서 4년 7개월 만에 KLPGA 투어 통산 4승째를 차지하며 부활을 알렸다.
장수연은 “우승이 없었을 때도 챔피언 조나 선두권에 들어간 적은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혼자 생각이 많아져 잠도 잘 못자고 경기하다가도 포기한 적이 많았다”며 “올해로 딱 10년 차가 됐는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자고 마음먹고 경기했다. 마음가짐이 가장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도 중간에 보기가 나와 우승까지는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을 언뜻 했으나 이내 생각을 고쳐 ‘끝까지 하다 보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지로 더 플레이에 몰입했다.
그는 2010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KLPGA 투어 우승을 차지할 뻔했다. 하지만 당시 15번홀(파4)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할 때 캐디백을 옆에 놔둔 것을 두고 캐디백으로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받았다는 판정을 받아 2벌타를 받았다. 이로 인해 연장전을 치러야 했던 그는 결국 패하고 말았다. 장수연은 “12년이나 지난 일”이라며 “그때 경험으로 인해 지금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4년 7개월의 긴 슬럼프를 또 한 번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선 장수연은 “올 시즌 목표가 우승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이뤄졌으니 시즌 2승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 이소미는 대회 최초로 2연패에 도전했지만, 후반 퍼팅 감각이 흔들린 데다 18번홀 어프로치 샷 실수로 아쉽게 준우승(8언더파 280타)에 머물렀다.
유해란(21), 임진희(24)가 7언더파 281타로 공동 3위에 올랐고 박결(26), 인주연(25), 서연정(27), 하민송(26)이 공동 5위(6언더파 272타)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