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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을 찾아라'..미션힐스CC 마지막 대회 기념, 벽화의 주인공 찾기

주영로 기자I 2022.04.02 02:37:29

미션힐스CC 51년 역사 끝내고 내년 텍사스로 이동
역대 우승자 세리머니 장면 일러스트 벽화 제작
얼굴 가려진 우승자 맞히며 찾아보는 재미 솔솔

1번홀 관중석 벽에 그려진 역대 우승자들의 일러스트가 코스를 지나는 갤러리의 발길을 머물게 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랜초미라지(미 캘리포니아주)=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저는 어디에 있을까요?”

1일(한국시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대회의 코스 안에는 눈길을 끄는 벽화가 등장해 갤러리의 발길을 머물게 했다.

1번홀의 갤러리 스탠드 벽에는 역대 우승자들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거나 이 골프장의 명물인 ‘포피 폰드’에 뛰어드는 장면과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의 당시 모습을 일러스트로 그렸다.

이곳을 지나는 갤러리는 잠시 멈춰 얼굴이 가려진 주인공의 이름을 맞히면서 당시의 상황을 얘기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여러 벽화의 주인공 중엔 한국 선수도 많았다. 2003년 한국 선수 최초로 이 대회에서 우승한 박지은이 오랫동안 써온 선바이저 모자를 쓰고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장면이 걸렸고, 가장 최근 우승한 이미림은 캐디와 함께 물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일러스트로 그려졌다. 그리고 벽화의 아랫 쪽엔 2022년 주인공이 들어선 자리를 비워뒀다.

이 벽화는 1번홀 갤러리 스탠드를 비롯해 미디어 센터 외벽 등 코스 곳곳에 그려 두고 팬들에게 역사로 남게 될 선수들의 모습을 한 번 더 떠올리게 했다.

벽화 앞을 지나던 고진영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취재진을 향해 “저는 어디에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취재진이 여러 그림 사이에서 겨우 고진영의 그림을 찾아내자 옅은 미소를 지었다.

LPGA 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대회로 열려온 셰브론 챔피언십은 이 골프장에서 마지막 대회가 열린다. 올해를 끝으로 내년부터는 텍사스주의 휴스턴으로 이동해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1972년 처음 열려 1983년부터 메이저대회로 승격해 열렸다. 대회의 명칭은 나비스코 다이나쇼어 인비테이셔널로 시작해 나비스코 챔피언십,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ANA 인스퍼레이션에 이어 셰브론 챔피언십으로 5차례 바뀌었으나 50년 동안 같은 골프장에서 개최했다. 그래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만 대회가 열리는 마스터스와 비교되기도 했다.

더욱이 대회의 우승자는 18번홀 그린 옆의 작은 연못에 뛰어드는 특별한 전통이 있어 선수들에겐 우승하고 싶은 대회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올해를 마지막으로 대회가 열리지 않는 탓에 30년 넘게 이어진 이 전통도 역사로 남게 됐다.

이 골프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은 모두 아쉬움을 엿보였다.

2019년 이 대회에서 우승해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던 고진영은 “좋은 기억이 있었던 골프장인데 여기에서 열리는 마지막 대회라는 게 아쉽다”라며 “포피 폰드에 빠지는 것이 이 대회의 전통이고 모든 선수에게 물에 빠지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주었다”고 이 골프장이 주는 각별한 의미를 떠올렸다.

2013년 우승자 박인비도 “굉장히 좋은 추억이 있는 코스이고 역사도 깊은 골프장에서 올해 마지막으로 대회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올해가 마지막이기에 포피 폰스에 빠질 수 있는 꿈을 가지고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미션힐스 골프장의 명물이 된 포피 폰드 앞에서 바라본 18번홀 그린을 바라본 전경. (사진=주영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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