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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브레이킹 국가대표 1호 선수가 된 ‘비보이’ 김종호(29)의 간절한 바람이다.
‘LEON’이라는 비보이명으로 댄스신에서 더 유명한 김종호는 지난해 11월 열린 대한민국 최초 브레이킹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브레이킹 K 파이널 대회’에서 비보이 부문 우승을 차지하며 우리나라 최초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흔히 브레이크댄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브레이킹은 올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비보이(남자), 비걸 부문에 각각 1개씩 총 2개의 금메달이 걸렸다.
김종호는 최승빈(Heady·이상 비보이 부문), 김예리(YELL), 전지예(Freshbella·이상 비걸 부문)와 함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브레이킹 종목 국가대표로 참가한다. 오는 2월에는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도 입촌해 소집훈련을 시작한다.
김종호는 “허리 부상을 당해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재활이랑 치료를 열심히 받으면서 (국가대표 선발전을)준비했다”며 “그렇게 힘들게 선발전 우승까지 하니까 너무 감격스러웠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종호는 13살부터 브레이킹을 시작한 18년차 베테랑 비보이다. 브라질의 무술 카포에라를 무브먼트에 접목시킨 독창적인 시그니처 기술과 탄력 넘치는 무브가 강점이다.
2013년 독일 ‘배틀 오브 더 이어’ 우승을 시작으로 2015년 ‘레드불 비시원 아시아태평양’, 2018년 ‘레드불 비시원 사이퍼 코리아’ 2019년 ‘대만 비보이 씨티 워 파이널’ 등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김종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비보이 공연을 보고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 따라 하기 시작했는데 벌써 20년 가까이 지났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비보이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인 단 한 번도 없고 계속 재밌다”며 “다음 목표를 위해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브레이킹은 예술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파리 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되면서 스포츠의 영역으로 새롭게 들어왔다. 일부에선 브레이킹의 스포츠화가 예술로서 순수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김종호는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브레이킹이 올림픽 정식종목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지금 활동하는 비보이, 비걸은 물론 앞으로 활약할 어린 친구들에게 더 좋은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문화든, 스포츠든 환경만 조금 바뀐 것이지 배틀하고 춤추는 느낌은 똑같다”며 “어디에서 춤을 추건 나는 똑같은 비보이 LEON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난 바뀌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김종호는 문화와 스포츠의 공존을 강조했다. 그는 “그전에는 안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받아들여진 것 같다”면서 “한쪽에선 예술로서 순수성을 지키면서 다른 쪽으로는 스포츠로 체계적인 면도 있는 두 가지 모습이 공존하는 문화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스포츠의 브레이킹은 심사위원들의 주관적인 평가로 승패가 가려진 기존 배틀과는 완전히 다르다. 마치 피겨스케이팅 채점 방식처럼 각각의 세부 평가 요소를 정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김종호는 “새로운 채점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도 있고 내가 더 하고 싶은 걸 조금 포기해야 되는 것도 있다”며 “하지만 내 춤을 발전시키고 부족한 점을 보완시킨다고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대한민국은 브레이킹의 세계적인 강국이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도 메달 후보로 꼽힌다. 그래서 한국 브레이킹 국가대표들에게 쏠리는 관심이 만만치 않다.
김종호는 “어떤 대회든 ‘내가 꼭 1등을 해야 한다’, ‘누구를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내 퍼포먼스가 잘 안나오더라”면서 “당연히 금메달이 목표지만 최대한 편한 마음을 갖고 준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현재 소속된 퓨전MC 크루 외에도 의정부시에서 지원하는 비보이단에서도 활동하며 브레이킹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김종호는 앞으로도 브레이킹에 더 많은 관심이 지속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김종호는 “일단 올해는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 중요한 대회가 많은데 잘 적응하고 경험하면서 좋은 성적도 내고 싶다”면서 “한국에서 브레이킹의 위상이 더 올라가 문화와 스포츠로서 같이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