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재(26)가 골프를 잘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모자를 벗은 임성재의 얼굴엔 뚜렷한 경계선이 있다. 얼굴은 검게 탔고 이마는 하얀 속살이 그대로다. 마치 1998년 US여자오픈 때 워터해저드에 들어가 샷을 하기 위해 양말을 벗었을 때 하얀 발을 드러냈던 박세리의 맨발을 떠올리게 한다.
매일 몇 시간씩 뜨거운 태양 아래서 훈련하고 경기하는 선수의 얼굴이 검게 타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조금이라도 덜 타게 얼굴과 팔 등에 선크림을 바르기도 한다. 그러나 임성재에게 이런 행동을 사치다.
11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 서머린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데뷔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임성재는 얼굴이 검게 타는 걸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모자를 벗고 나서 “저는 얼굴이 타는 게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선크림을 바른 적이 있었지만 요즘엔 전혀 바르지 않는다. 외모에 신경 쓸 시간이면 차라리 5분이라도 퍼트 연습을 더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라고 선크림을 바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거울 앞에 서서 얼굴에 선크림을 바를 시간에 연습장에 나와 퍼트를 한 번이라도 더 하겠다는 의지가 잠깐 찾아온 슬럼프를 극복하고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달성한 비결이다. 그만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온 결과가 이날의 우승으로 이어졌다.
임성재는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퍼트 감각도 떨어지고 샷은 오른쪽으로 밀리는 현상이 많이 나와 경기에서 고전했다”며 “경기력과 샷 감을 되찾으려고 많이 노력했고 그 결과 몇 주 전부터 퍼트 감각이 되살아났고, 최근엔 샷 감각도 좋아지는 걸 느꼈다. 또 우승이 올 것 같다가도 오지 않으면서 부담도 많이 가졌었는데 참고 노력한 결과 오늘의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으로 임성재의 2021~2022시즌 계획표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애초엔 12월 시즌을 끝낸 뒤 연말에 귀국해 휴식과 재충전을 하고 내년 1월 말 캘리포니아주에서 새해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우승으로 내년 1월 초 우승자들만 참가할 수 있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프 챔피언스에 출전할 자격이 생겼다. 하와이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선 애초 계획보다 2주 빨리 새해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지난 8월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귀국했던 임성재는 당시엔 자가격리로 조용히 머물다 도쿄로 이동해 올림픽에 나갔다. 이번에 귀국하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려 했지만, 그럴 시간도 줄어들게 됐다.
임성재는 “시즌을 끝낸 뒤 한국으로 돌아가 약 한 달 정도 머물며 휴식할 계획이었으나 아무래도 하와이에서 열리는 대회에 나가야 하니 휴식이 줄어들 것 같다”고 조금은 아쉬워하면서도 우승으로 계획표를 수정하게 되자 검게 탄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