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후 中 의존도 뚝…"글로벌 OTT 선택지 늘어"

김보영 기자I 2021.09.10 06:30:44

中공동부유, 한류파장②
제작사들 "한한령으로 中 의존도 낮아진 지 오래"
中 OTT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K콘텐츠가 한몫
"정풍운동, 한한령 해제 앞선 포석일 수 있어"
판로 외연 넓히고 콘텐츠 질 높이는 시도 지속할 것

(왼쪽부터) 중국 OTT 아이치이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끈 tvN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 SBS ‘편의점 샛별이’ 포스터. (사진=tvN, SBS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중국 정부의 ‘21세기 정풍 운동’에 대해 K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업계에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한령이 오랜 기간 이어져 중국시장 의존도가 낮아진 데다 시장상황도 당시와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규제로 새롭게 입을 타격은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관계자는 “이미 한한령을 오래 겪으면서 중국 시장, 자본 없이도 성장을 해온 만큼 굳이 지금에 와서 그 의존도를 높일 이유는 없는 상황”이라며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다양한 글로벌 OTT들에 진출할 선택지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PPL(방송간접광고) 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손실이 현실화된다고 하더라도 타격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봤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후 플랫폼 시장이 커지고, OTT가 제작비의 100% 이상을 보전해주는 관행이 정착되면서 업계 전반의 PPL 수익 의존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A 드라마 제작사 PD는 “수익이 더 많아지니 중국의 PPL을 받는 것이지 현재는 PPL이 제작비 사수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中 OTT, 동남아 시장 공략에 K콘텐츠 필요

특히 OTT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해외시장을 공략 중인 중국 입장에선 해외 수요도가 높은 K콘텐츠를 당장 저버릴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 드라마는 세계 191개국 1억 6000만 회원 수를 보유한 중국 OTT 플랫폼 아이치이(iQiyi)에서 시청 점유율 약 38%를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영밍 아이치이 부사장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21’ 사전 웨비나에 참석해 “‘편의점 샛별이’, ‘간 떨어지는 동거’ 등 한국 드라마들이 대만과 동남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며 “인도네시아에선 시청 점유율 44%를 기록했다. 치열해진 OTT 경쟁, 높아진 제작비로 비용이 치솟고 있지만 상반기에 한국 콘텐츠를 20% 이상 더 구매한 이유”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전지현, 주지훈이 주연을 맡은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지리산’은 아이치이가 글로벌 방영권을 구매하며 제작비(약 320억 원)의 80% 이상을 계약금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B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판권 구매, 합작 콘텐츠 제작과 관련한 중국 측의 미팅 제안과 한중 콘텐츠 교류 등 비즈니스 매칭 기회들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한국, 중국 기업 양측 모두 외교 정세 등을 고려해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 물밑에서 진행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매니지먼트사들은 소속 연예인의 행동이나 논란이 그가 출연하는 콘텐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중국 정부의 단속 및 감시 행태에 민감히 대응하며 주시하겠다는 분위기다. C 배우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중국 정부의 행태가 탈세, 성매매 등 비위 연예인 척결, 팬덤의 경쟁적 과소비 문화를 근절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만큼 중국 팬들을 대상으로 팬미팅 등 이벤트를 열기 조심스러워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에 대해 “정풍운동이 한한령 해제 분위기에 역행한다기보다 한한령 해제에 앞서 연예인, 팬덤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포석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선 외부적으론 동남아 지역 등 다양한 콘텐츠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데 힘쓰되 내부적으론 콘텐츠의 질을 계속 높여 중국을 포함한 해외의 K콘텐츠 수요를 높이는 게 방법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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