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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방과 후 설렘’ 측이 최근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출연 소식을 알리자 온라인상에서 쏟아진 반응이다. ‘방과 후 설렘’은 글로벌 음악 시장에 도전장을 낼 신인 걸그룹 멤버 선발 과정을 그리는 프로그램으로 11월 중 MBC에서 방영 예정이다. 오은영은 오는 14일부터 공개되는 이 프로그램의 프리퀄 콘텐츠 ‘등교전 망설임’에서 참가자들의 멘탈 관리를 위해 앞장서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가요계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인물이 아이돌 오디션의 주요 출연진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그간 오은영은 EBS ‘60분 부모’,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에서 부모들이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문제를 파악하고 솔루션을 제공해 주목받은 바 있다. ‘방과 후 설렘’ 측은 “‘연습생 80여명의 엄마’로 나서는 오은영 박사는 이번엔 연습생들에게 걸맞은 솔루션을 제공하며 그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은영의 티저 영상 속 발언은 벌써 화제다. 영상에서 그는 평가에 앞서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는 아이돌 연습생들을 보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마음껏 해볼게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로 바꿔 말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새로운 시선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오은영의 출연은 갈수록 멘탈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업계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아이돌 가수는 감정노동 강도가 높은 직업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친 끝 어린 나이에 데뷔해 언행 하나하나에 신경 쓰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가 마음의 병을 앓고 활동을 중단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연습생들 및 소속 아이돌 가수의 멘탈 관리를 위해 힘쓰는 기획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도 심사위원으로 나서는 가수들에게 멘토 역할을 맡기거나 관련 특강 코너를 진행하는 식으로 나름의 변화와 노력을 이어왔다. ‘방과 후 설렘’의 경우처럼 가수나 트레이너가 아닌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메인 출연자로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정신적인 내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많았던 만큼 사전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며 “각 방송사가 그에 따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방영 중인 Mnet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 999 : 소녀대전’ 측도 참가자들의 정신 건강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연출을 담당하는 김신영 PD는 제작발표회 당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를 섭외해 참가자들이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참가자들이 제작진에게 말하지 못했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중일 3개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의사소통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통역사들이 촬영 현장에 상주하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김헌식 평론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작진이 책임의식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며 “구체적이고 명확한 심사 기준과 결과를 제시하고 공정하게 오디션을 진행해 탈락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참가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