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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위를 내준지 일주일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우승한 고진영(26)이 2주 뒤 열리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450만달러·이하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다시 한번 여왕 복귀를 준비한다.
고진영은 6일(한국시간) 발표된 주간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2위에 올라 순위는 그대로 지켰지만, 평점 9.10으로 지난주 8.79보다 0.31점 높여 1위 넬리 코다(9.80)와 격차를 0.70으로 좁혔다. 하루 전 끝난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 우승으로 세계랭킹 포인트 37점을 추가하면서 코다와 격차를 줄였다. 이 대회에 나오지 않고 휴식을 취한 코다의 평점은 지난주 9.92보다 0.12점 떨어졌다.
고진영은 도쿄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세계랭킹 1위를 코다에게 내주면서 샀던 우려를 일주일 만의 우승으로 불식시켰다. 고진영은 이 대회 전까지 10개 대회에 참가해 우승 없이 3위가 올 시즌 최고 성적이었다. 3승을 거둔 코다의 상승세가 이어지면 올림픽에서의 메달 경쟁에도 불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랭킹 1위를 내준지 일주일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고진영은 우승 뒤 2주 휴식을 택했다. 곧바로 이어지는 마라톤 클래식과 다우 그레이드 레이크스 베이 인비테이셔널을 건너뛰고 22일부터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준비에 들어갔다.
우승 뒤 고진영은 “에비앙 챔피언십에 나가기 전까지는 체력이나 스윙감각 등을 좀 더 완벽하게 보완하겠다”며 “(올림픽) 시험 관문이라고 생각하고 에비앙 대회에서 이것저것 시도를 해본 후에 도쿄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진영에게 에비앙은 좋은 추억의 장소다. 2019년 시즌 첫 메이저 대회로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고진영은 13주 뒤 박성현(28)에게 다시 여왕의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놓고 마지막 날 다시 붙었다. 김효주(26)까지 3명이 우승을 다투는 접전이 펼쳐졌고, 고진영이 경기 후반 승부를 뒤집으면서 생애 두 번째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이날 우승으로 박성현에게 빼앗겼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되찾은 고진영은 그 뒤 지난 6월 28일자 세계랭킹 발표까지 약 1년 11개월 동안 여왕의 자리를 지켰다.
고진영이 25일 끝나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코다에게 1위 자리를 내준지 4주 만에 여왕의 자리를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
에비앙 챔피언십에 앞서 열리는 2개 대회는 세계랭킹 포인트가 높지 않은 반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세계랭킹 포인트 100점을 받는다. VOA클래식 우승으로 받은 37점보다 3배가량 높아 평점을 1.5점 이상 올릴 수 있다. 따라서 고진영이 우승하면 코다를 끌어내리고 다시 세계랭킹 1위가 될 수 있다.
고진영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2019년 우승 이전에도 처음 참가한 2015년 28위, 2016년 공동 39위, 2018년 공동 26위를 기록했다. 처음 두 번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었던 시기였다.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고진영의 계획대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려 상승 분위기를 도쿄올림픽까지 이어간다면 금메달 사냥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고진영은 VOA클래식에서 나흘 동안 경기하면서 1·3라운드에서 보기 없는 경기를 했다. 샷 감각이 절정에 올라오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가겠다는 게 고진영의 전략이다.
고진영이 7~8월에 좋은 성적을 올려 왔다는 점도 올림픽에서 메달 사냥 전망을 밝게 한다. 고진영은 2019년 7월과 8월에 참가한 5개 대회에서 2승(에비앙 챔피언십·CP 위민스 오픈)을 거뒀고, 준우승과 3위를 한 번씩 했다. 2018년 LPGA 투어 데뷔 첫해에도 7월과 8월에 5개 대회에서 한 차례 컷 탈락했지만, 3개 대회에서 톱10에 들었다.
국내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2014년 8월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15년과 2017년 8월 열린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2016년 7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까지 통산 9승 중 4승을 7~8월에 거뒀다. 고진영이 에비앙 챔피언십과 도쿄올림픽을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