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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음원사이트로 꼽히는 멜론의 최신 주간 차트(4월 19~25일)에서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려놓은 보이그룹은 방탄소년단과 샤이니 두 팀뿐이다. 방탄소년단의 곡 중에선 12위를 차지한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포함해 ‘봄날’(44위),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 46위), ‘작은 것들을 위한 시’(51위) 등이 순위권에 들었다. 샤이니의 ‘돈트 콜 미’(Don’t Call Me)는 94위를 기록했다. 하이포가 아이유와 함께 부른 곡인 ‘봄 사랑 벚꽃 말고’가 95위에 오르긴 했으나 온전히 보이그룹 노래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심지어 올해 발표된 보이그룹의 신곡으로 따지면 샤이니의 ‘돈트 콜 미’ 단 한 곡만이 주간차트 순위권에 진입했다. 보이그룹들의 노래가 음원차트에서 실종됐다는 표현을 써도 과하지 않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멜론이 지난해 7월 기존 실시간 차트를 개편해 ‘24히츠’(24hits) 차트를 새롭게 선보인 뒤 애초 걸그룹들에 비해 음원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보이그룹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고 입을 모은다. ‘24히츠’ 차트는 기존 실시간 차트와 달리 1시간이 아닌 24시간 누적 단위로 이용량을 집계한다. 또 한 사람이 노래를 반복 재생해도 24시간 동안 1회 들은 것만 인정해 순위를 낸다. ‘24히츠’ 차트 도입 이후 아이돌 팬덤이 지지하는 팀의 순위를 높이기 위해 특정 곡을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음원 총공’ 활동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반응이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역주행’ 열풍으로 차트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24히츠’ 도입 이후 멜론 차트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지지하는 팀을 성공으로 이끌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팬덤의 시선과 주 활동 무대가 음반 차트와 유튜브 쪽으로 넘어간 분위기”라며 “자연히 음원 차트 대신 음반차트와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콘텐츠 조회수가 보이그룹의 인기 척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멜론과 달리 지니, 벅스 등 실시간 차트가 남아 있는 타 음원차트에선 보이그룹의 곡이 컴백 직후 1위를 찍거나 최상위권에 오르는 풍경이 종종 연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단발성 순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음원사이트 순위를 종합하는 가온차트의 1, 2, 3월 월간 디지털 차트에서 100위권 내에 진입한 보이그룹 노래는 손에 꼽는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는 원인이 보이그룹 노래가 갈수록 ‘팬덤이 소비하는 그들만의 음악’ 혹은 ‘퍼포먼스와 함께 즐겨야 하는 음악’으로 여겨지고 있는 데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반 리스너들이 보이그룹 음악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음악 프로듀서는 “보이그룹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팬덤 결집력 강화에 힘을 쏟는 팀들이 많아졌다”면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팬덤의 취향과 입맛에 맞춘 앨범을 제작하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팬이 아닌 입장에서 들었을 때 지나치게 콘셉추얼하고 난해하다는 반응이 나올만한 곡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트 내 다양성 확장 측면을 고려할 때 팬덤뿐 아니라 일반 리스너들에게도 사랑받는 히트곡을 탄생시키는 보이그룹이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시권 대중음악평론가는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따르기보단 자신들만의 강점을 살리면서 대중에게도 음악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새로운 팀들이 등장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