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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우생순’의 주역 임오경(49)의 포부다. 스포츠인 출신으로서 대한민국 스포츠를 큰 틀에서 생각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임오경 당선인은 ‘우정순’(우리 정치 최고의 순간)을 꿈꿨다.
임오경 당선인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핸드볼 금메달리스트다. 지난 달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광명갑 지역구에 출마해 47.66%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 건 2012년 19대 총선 당시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챔피언 문대성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이후 8년 만이다.
임 당선인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지역 주민과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를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지금부터 내 말과 행보가 큰 이슈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니 어깨가 더 무겁다”고 털어놓았다.
임 당선인은 한국 여자 핸드볼의 전성기를 이끈 주인공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은메달을 차지했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은메달을 획득하는 스토리는 이후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제작됐고 ‘우생순’ 열풍을 일으켰다.
지도자로서도 큰 획을 그었다. 1994년 한국체대 졸업하고 곧바로 일본 히로시마 이즈미(현 메이플 레즈)에 입단한 임 당선인은 2부 리그에 있던 팀을 1년 만에 1부 리그로 올려놓았다. 기량은 물론 리더십까지 인정받아 만 25살이던 1996년 플레잉 감독 자리에 올랐다. 취임 첫해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것을 시작으로 히로시마팀을 8번이나 우승으로 이끌었다.
임 당선인은 2008년 7월 여성 최초로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창단 감독으로 부임했다. 부임한 지 8년 만인 지난 2016년 인천시청을 누르고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국내 단체 구기 종목에서 두꺼운 유리천장을 깨고 우승을 이끈 최초의 여성 감독이 됐다.
스포츠 스타로서 체육계는 물론 사회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임 당선인은 지난해 문체부 제2차관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다. 임 당선인은 “내가 어떤 것을 거절하고, 어떤 것을 선택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고 입법부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이쪽으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운동선수가 무슨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힘들었다. ‘핸드볼 선수’ 임오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그것을 바꾸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스포츠 스타로서 수많은 경쟁을 이겨낸 경험이 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선거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특히 운동선수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야만 했다.
임 당선인은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줄곧 서울에서 생활했다. 출마는 경기도 광명갑에서 했다. 임 당선인은 “전략공천이었고 당의 제의를 따른 것”이라며 “광명은 봉사활동을 온 적은 있었지만 그 외 연관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와보니 지인들이 많이 있고 주위에 좋은 분들이 계셨다”며 “나 혼자의 능력은 전혀 아니고 사람복이 있었던 같다. 천운을 타고났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웃었다.
한국 스포츠는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과 스포츠계 미투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스포츠계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체육인 출신인 임 당선자의 어깨가 더욱 무거운 이유다.
임 당선인은 “여러 안좋은 사건들이 터지면서 열심히 하는 스포츠인들까지 함께 추락했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유소년부터 제대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임 당선인은 철저한 ‘제도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잘못을 하면 스포츠계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엄벌을 내려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반대로 잘하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전까지 정치 분야에서 중심을 잡아줄 스포츠 리더가 없었다. 정치에서 스포츠를 대표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과거 스포츠인들이 정치에 휘둘렸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앞으로는 정치와 스포츠가 윈윈(win-win)하면서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