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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망아지? 변칙개봉

박미애 기자I 2018.12.27 06:00:00
‘스윙키즈’(왼쪽), ‘범블비’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변칙개봉 얘기다. 올 한 해 영화계에는 개봉일이 무의미한 변칙개봉이 빈번히 일어났다. 마동석 주연의 ‘성난황소’(배급 쇼박스)와 ‘완벽한 타인’(롯데컬처웍스) 유료시사회로 개봉 전 각각 10만, 5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12월 대작들도 가세했다. 19일 개봉한 ‘스윙키즈’(NEW)도 유료시사회 개봉 전 10만여 명을 얻고 출발했다. 이제는 당연한 일처럼 돼버린 대규모 유료시사회는 물론이고 전야개봉도 그에 한몫 했다. 25일 개봉한 ‘범블비’(롯데컬처웍스)는 전야 개봉으로 9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유료시사회나 전야개봉은 변칙개봉의 대표적인 예다. 쇼박스 NEW 롯데컬처웍스 등 대형 배급사들이 변칙개봉으로 잇따라 질타를 받았는데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흥행을 노리는, 치열해진 업계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모 제작사 관계자인 A씨는 “입소문의 영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유료시사회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변칙개봉은 대형 배급사들의 영화 위주로 고착화된 상황이다. A씨의 말처럼 변칙개봉이 빈번히 일어나는 배경은, 변칙개봉이 영화를 홍보하는데 도움이 된다. 변칙개봉을 함으로써 입소문을 얻을 수 있고, 이것이 영화의 흥행에 기여하는 ‘개봉 첫 주 스코어’에 영향을 미쳐서다. 입소문의 힘은 영화의 흥행에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입소문(평가)은 인스타그램·페이스북·트위터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순식간에 퍼진다. 영화가 개봉 후 1주일도 채 안 돼 4~5일 만에 흥행의 판도가 갈리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배급사들이 유료시사회와 전야개봉을 하는 것은, 미리 입소문을 얻어 영화의 흥행을 이롭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 변칙개봉은 배급사 입장에서 입소문을 얻을 수 있고, 극장 입장에선 특별한 경쟁 영화가 없을 시에 관객을 끌 수 있다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서 발생한다.

문제는 변칙개봉을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피해보는 대상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그 피해는 상대적으로 제작비 규모가 작은 중소 영화들이 입는다. 중소급 영화들을 주로 배급하는 리틀빅픽쳐스의 권지원 대표는 “중소 영화들은 비용이나 물량적인 면에서 유료시사회 같은 전략을 펼 수가 없다”며 “중소 영화들은 대작의 눈치를 봐가며 개봉일을 잡는데 유료시사회나 전야개봉으로 큰 영화들이 갑자기 끼어들면 중소 영화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지욱 평론가는 “개봉 타이밍은 큰 영화 작은 영화 할 것 없이 모든 영화들에게 중요한 이슈”라며 “이를 무시하고 박스오피스 점령하는 건 짧은 시각으로 수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영화 산업의 균형을 깨버리는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영화산업을 위해서 변칙개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권 대표는 “변칙개봉은 비단 중소 영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메이저 회사도 해당된다. 이번에는 득을 봤지만 다음에는 해외 블록버스터나 다른 영화들에 의해서 피해를 볼 수 있는 거다”며 “업계에서 협의를 통해 룰을 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대대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상한선을 정한다든지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수는 있을 거다. 그런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찬일 평론가는 “스크린독과점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칙개봉은 제도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하면서도 “올해 4강(메이저 배급사) 독주 체제도 무너지지 않았나. 영원한 승자는 없다. 영화산업을 위해서 기회균등의 측면에서 상도덕을 지켜야 하고, 관행이 개선될 때까지 끊임없이 문제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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