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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110억 이상의 금메달…손흥민 병역 혜택 날개 달았다

임정우 기자I 2018.09.03 06:06:40
한국 손흥민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한일전 결승 1분의 가치는 최소 1억원.’

손흥민(26·토트넘)이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승리가 확정되자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었나 싶게 번개같은 속도로 필드로 달려나갔다. 후배 선수 하나 하나 번쩍 들어 하나씩 안아올렸다. 코치진과 기쁜 목소리로 축하의 말도 나눴다. 태극기를 들고 운동장을 돌면서 환호했다. 손흥민은 인생이 걸려 있는 경기에서 결국 웃었다. 최소 110억원, 최대 1000억원을 그에게 안긴 승리였다.

손흥민이 주장으로 맹활약한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2-1로 꺾었다. 손흥민을 비롯해 황의조, 조현우 등 20명의 선수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병역특례제도’에 따라 군 면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손흥민은 4주 기초군사훈련만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손흥민은 아시안게임 내내 주연이 아닌 조연을 자처했다. 자신의 승리가 아닌 팀의 승리가 결국 그의 것이었다. 결승전 연장에서 나온 이승우와 황희찬의 골도 손흥민이 어시스트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공격과 함께 수비까지 책임졌고 한국이 성공시킨 19개 중 골 중 무려 5개를 어시스트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비롯해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보여주는 플레이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체력적으로 부담감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후방까지 내려와 수비를 돕는 것을 물론이고 한 발 더 뛰는 모범을 보였다.

이란과의 16강전에서는 무릎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김진야에게 “내가 내려가서 수비할 테니 앞에서 자리만 잡아 달라”고 말할 정도로 팀을 위해 나섰다. 경기 후 손흥민은 “많은 국민이 각자의 일처럼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셨다는 생각이 너무 들었다”며 “국민 덕분에 금메달 땄다. 지금 내가 (메달을) 걸고 있지만 내 것이 아닌 국민의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공격과 수비를 구분하지 않고 뛰고 또 뛴 손흥민은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금전적으로도 이익을 얻게 됐다. 손흥민이 현재 토트넘에서 받는 주급은 8만 5000파운드, 우리 돈으로 1억 2285만원이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5년 장기계약에 성공했다. 만약 병역 면제 혜택을 받지 못했더라면, 최소 2시즌 동안 공백이 불가피했다.

이번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모든 걱정을 덜어냈다. 금메달로 21개월 동안의 군 복무를 하지 않게 된 만큼 그가 결승전에서 만들어낸 금메달은 최소 11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 이를 단순히 계산하면 금메달이 걸린 한일전 결승에서 120분을 거의 다 소화한 손흥민으로서는 1분당 약 1억원 이상의 가치를 안고 뛴 셈이다.

2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로 전성기를 프로팀에서 보낼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감안한다면 일각에서는 그에게 걸린 돈이 1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몸값 상승 등 타 팀으로 이적 시 몸값 상승까지 고려한다면 이번 금메달이 손흥민에게 가져다줄 효과는 쉽게 계산하기 힘들다. 손흥민이 더 큰 팀으로 이적해 주급이 오르거나 광고계약 등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액수까지 더하면 그 효과는 엄청나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손흥민이 합법적으로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만 26세로 병역을 최대로 연기할 수 있는 만 27세까지 1년 남짓 남아 있었다. 토트넘과 2020년 5월까지 계약된 손흥민은 만 28세 전에 21개월의 군 복무를 마쳐야만 했다. 내년 7월 이후에 해외 무대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

한국 손흥민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을 경우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많지 않았다. 손흥민의 최종 학력이 중졸(동북고 중퇴)로 4급 보충역(사회복무요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K리그1 소속의 상주 상무 또는 K리그2의 아산 무궁화의 입단은 불가능했다.

손흥민이 검정고시를 통해 현역 입영 대상자 자격을 충족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고 바로 상주와 아산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규정에 따라 상주와 아산에 지원할 수 있는 선수를 K리그 활약 선수로 묶어 놨다. K리그에서 뛰지 않는 손홍민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손흥민은 이번 아시안게임 내내 성적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렸다. 한국이 조별리그 2차전인 말레이시아전에서 패했을 때의 부담감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팀을 차분하게 추슬렀고 다시 하나로 뭉치게 했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은 손흥민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금메달뿐 아니라 병역특례를 걸린 무대였다. 이제 이승우와 황희찬 등 해외파도 병역 문제를 해결하며 유럽 무대에서 공백기 없이 활약할 기회를 잡았다. 아시안게임을 끝낸 이승우는 베로나, 황희찬은 임대 이적한 함부르크에 합류해 다시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이승우는 “이번 아시안게임은 모든 선수에게 의미 있는 대회다”며 “금메달 덕분에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경험을 한 만큼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국을 빛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일하게 군인 신분으로 이번 대회 출전한 황인범은 금메달로 조기 전역 해 프로팀으로 합류할 수 있게 됐다. 병역법 개정 이후 ‘현역병으로 복무 중인 사람’ 또한 병역특례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입대한 황인범의 현재 계급은 일경이다. 제대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병역법은 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에 대하여 현역 군 복무 대신 공익근무요원으로 해당 특기 분야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국위 선양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기초군사훈련 기간을 포함한 총 2년 10개월(34개월) 동안 선수 등 체육활동을 하면 된다. 예술·체육 요원은 이 복무기간 중 총 544시간의 봉사활동(해외 봉사활동 인정 시간 최대 272시간)을 해야하고, 복무를 만료하면 예비군에 편입된다.

손흥민을 비롯해 태극전사 20명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으로 돌아가 힘을 보탤 예정이다. 날개를 단 손흥민이 잉글랜드로 돌아가 한국 스포츠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기대감에 부응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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