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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각종 협·단체들이 오는 22일부터 24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소식에 이 같은 기대감을 보였다. 박창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은 “베트남은 근면하고 심지가 굳은 민족성과 정서가 한국과 비슷한 면이 있어 문화적으로 통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이미 많은 한류 콘텐츠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더 많은 교류·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요 기획사들의 연합체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신주학 회장은 “베트남은 가까운 미래 동남아 시장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큰 데다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한 호응도도 높다”며 “한한령으로 중국 내 한류가 막힌 상황에서 베트남 시장은 대안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문화계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주목하는 이유는 베트남이 한류의 차세대 주요 시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 기간 중 쩐다이꽝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비롯해 공산당 서기장, 총리, 국회의장 등 베트남 주요 지도자들과 만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와 미래지향적 발전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문화계에서는 한류를 비롯해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교류 및 협력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해외 콘텐츠 동향’에 따르면 베트남 콘텐츠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9.9% 성장률을 기록하며 50억11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을 벗어나 베트남을 성장의 발판으로 다지는 아이돌 그룹도 생겨나고 있다. 그룹 스누퍼는 국내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충분하지 않지만 베트남에서는 한류스타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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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베트남에 한류열풍이 시작된 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양국 문화계에서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해다.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교류는 수교와 함께 첫발을 내디뎠지만 한류열풍은 지난 1998년 드라마 ‘의가형제’가 현지에 방송한 게 시작이었다. 베트남 한국문화원 자료에 따르면 이후 2000년대 들어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교류는 클래식 연주회, K팝 공연, 사진전시회, 영화, 전통음악 등 다방면으로 확대됐다. 한류가 그 근간이 됐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청년층의 70%가 한국문화에 대해 동질감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들이 갖고 있는 한국문화에 대한 호감도는 향후 양국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이어주는 가교가 되기에 충분하다. 드라마의 경우 대본과 제작 시스템, 대중음악은 음악 및 퍼포먼스 스타일 등에서 한국은 베트남에 크게 앞서 있다. 지난 2007년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김의성 감독, 엔터테인먼트 사업가 김세혁 대표가 제작한 현지 100부작 드라마 ‘무이응오가이’는 시청률 30%를 기록하기도 했을 정도다.
박창식 회장은 “베트남은 20~30대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한국과 베트남의 드라마 공동제작에 한국 기업들의 PPL이 이뤄진다면 현지 산업발전에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커지는 것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평론가인 이재원 한양대 겸임 교수는 “한국 유명 음악 프로듀서 똘아이박 등이 베트남 아이돌 오디션 ‘STEPS2FAME’의 심사위원 및 아이돌 그룹 제작을 맡고 최근에는 1990년대 한국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가 베트남 기업과 200억원 공동 투자로 영화화가 결정되는 등 양국 문화는 협력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방문이 양국간 문화교류의 중흥기를 여는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