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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에 보이콧까지' 올림픽 자원봉사자 문제 몸살

이석무 기자I 2018.02.05 06:00:00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닷새 앞둔 4일 평창 올림픽 선수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입촌식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창=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도 하기 전에 자원봉사자 처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는 9일 막을 올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총 1만5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한다. 올림픽이 끝난 뒤 열리는 패럴림픽까지 합하면 총 2만4000명의 자원봉사자가 대회를 함께 한다.

이 가운데 지난달부터 사전 경기 인력 1600여명이 근무를 시작했다. 지난달 31일에는 5000명이 추가 투입됐다. 평창 메인프레스센터, 강릉 미디어 빌리지, KTX 강릉역, 진부역 등에는 자신이 맡은 업무를 수행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는 6일부터 경기장 내 관중 안내를 맡게 될 3000여명이 합류하면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평창에 성화가 불타기 시작하는 10일에는 자원봉사자 수가 최대 1만50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시작되자마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페이스북에는 불편을 호소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익명 글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많은 불만이 쏟아진 부분은 교통과 식사 등 가장 기본적인 문제다. 한 자원봉사자는 제시간에 근무지에 도착하려면 아침 6시에 버스를 타야 하는데 도시락 나눠주는 시간은 8시라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없다”고 글을 올렸다.

다른 자원봉사자는 “숙소에서 근무지로 가는 버스가 오지 않아 추운 곳에서 종일 기다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자원봉사자 셔틀버스가 만원이어서 3시간 이상 한파 속에서 떨어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밖에서 활동하는 일부 자원봉사자는 “조직위원회가 지급한 모자와 장갑, 방한화만으로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를 이겨낼 수 없다”며 “자원봉사자들이 자비라 넥워머나 핫팩 등을 구매해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고 전했다.

숙박시설에서 온수가 공급되지 않아 냉수마찰을 했다는 호소가 나왔고 세탁시설이 부족해 퇴근 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세탁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심지어 3일 평창 동계올림픽 모의개회식을 앞두고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개·폐회식 진행을 맡은 자원봉사자들의 대표자 3명은 이날 오후 강원도 평창군 조직위 사무실을 찾아 자원봉사팀 책임자와 면담을 요구하며 “조직위의 사과와 운송 대책 마련이 없으면 모의개회식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폐회식장으로 이동하는 셔틀버스를 제대로 타지 못한 것은 물론 그 이유도 제대로 설명받지 못하면서 불만이 극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활동을 포기한 자원봉사자도 나왔다. 인원이 많지는 않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합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한편으로는 자원봉사자들의 ‘먹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몇몇 근무지에선 실제로 나오기로 했던 자원봉사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파트너인 노스페이스는 자원봉사자들에게 티셔츠, 바람막이, 재킷, 바지, 모자, 장갑, 방한화, 백팩, 기념 손목시계 등 9가지 물품을 제공했다. 가격으로 환산하면 총 100여만원이 넘는다.

조직위원회도 선물만 받고 사라지는 자원봉사자들이 어느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전체 자원봉사자 필요 인력의 20%를 추가로 선발했다. 일부 인원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회가 진행되면서 자원봉사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된다면 올림픽의 운영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다행히도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역사적인 국제 행사인 올림픽에 직접 참여한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열심히 맡은 임무를 하고 있다. 한 자원봉사자는 부실식사 등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 될 조짐을 보이자 조직위는 자원봉사자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며 신속히 개선에 나섰다.

조직위는 “일부 숙박시설에서 제한적으로 공급하던 온수를 24시간 공급하도록 숙박업체와 협의를 완료했다. 또한 세탁기를 추가로 배치해 생활편의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또한 “셔틀버스 이용이 혼잡했던 부분과 추위에 버스를 기다리는 불편에 대해서는 운영인력 차량을 추가 투입해 출퇴근할 때 장시간 버스를 기다리는 불편 해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근무지에서 가까운 숙박시설의 부족으로 출퇴근 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이해를 부탁했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동계 올림픽이 비도시 지역에서 개최되는 만큼 숙박·교통 등 열악한 기반시설과 혹한의 기후로 인해 자원봉사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데 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조직위 전 임직원들의 열과 성을 다해 자원봉사자들의 봉사활동 여건을 개선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의 성공개최를 위해서는 자원봉사자의 참여와 활동이 필수적이다. 자원봉사자 한 분 한 분의 손길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2년 전부터 자원봉사자 선발과 교육기간에 참여하면서 올림픽에 대한 열망을 품어온 자원봉사자가 대회가 끝나는 날까지 단 한 사람의 이탈도 없이 함께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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