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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아온 제이슨 데이(호주)의 입에서 ‘해녀’라는 단어가 나오자 국내 취재진들의 웃음이 터졌다. 18일 제주도 클럽나인브릿지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이하 CJ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데이는 “한국이 여러 음식으로 유명한데 제주도에 오면 해산물은 맛보고 가야 한다더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데이는 “한국 전체가 바다에 둘러 싸여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주도는 섬이라 해산물이 유명하다고 들었다”며 “해녀 분들이 산소통 없이 65피트(약 20m) 깊이의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한다더라”라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면서 “정말 맛있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실 데이가 제주도 특산물로 차려진 진수성찬을 맛볼 수 있었던 건 제주관광공사 홍보 영상 촬영 덕분이었다. 그는 대회가 시작하기에 앞서 일찍 제주도로 건너와 전복, 해물탕을 맛보며 제주를 느꼈다.
다만 데이의 한국 사랑은 단순히 계약 관계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는 2015년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 진심으로 한국의 매력에 흠뻑 빠진 듯했다. 지난 15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때도 ‘왜 지난주 대회를 건너뛰고 CJ컵 대회에 나왔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한국 팬들의 응원을 다시 한 번 듣고 싶다”고 답했다.
데이는 “(2년 전 프레지던츠컵에서)한국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이 기억에 남아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며 “‘파이팅’을 외치는 등 한국만의 응원 문화가 인상 깊었다”고 했다. 또 “한국 골프 팬들은 정말 골프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6년 3승을 앞세워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던 데이는 이후부터 급격히 부진했다. 현재는 세계랭킹이 9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데이는 “(9월에 끝난) 지난 시즌 부진했던 건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2015-2016시즌 정말 많이 지쳐 있었다”며 “세계 1위라는 자리에 대처하고 대응할 지 몰랐다. 또 어머니가 폐암 선고를 받은 것이 컸다”고 털어놨다. 이어 “조부모와 아버지가 없는 내게 어머니 마저 떠나면 나는 동생과 남게 된다. 어머니 옆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고 전했다.
데이는 최근 어머니의 폐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다시 골프에만 전념하고 있다. 지난 8월 말부터 치러진 4개의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대회에서 ‘톱10’ 두 번에 들며 샷 감각을 되찾고 있다.
다시 정상을 바라보고 있는 데이는 “골프를 방해하는 모든 요소가 사라졌다”며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이왕이면 시즌 첫 대회인 이 대회에서 우승해 좋은 시즌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데이는 19일 오전 8시40분 10번홀부터 김시우·애덤 스콧(호주)과 한 조로 티샷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