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리포트]몸살, 룸서비스, 철통보안..‘심사위원’ 전도연의 무게감

강민정 기자I 2014.05.19 07:05:05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인 배우 전도연.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다음은 ‘어떤 직군’에 대한 설명이다.

1. 숙소가 어디인지 외부에 절대 알리지 말라.

2. 외부와의 접촉은 최대한 차단한다.

3. 하루에 2편, 많으면 3편의 영화를 본다.

4.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되는 일상을 보낸다.

답은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이다. 1번과 2번의 보기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내려진 방침. 3번은 20여 편에 이르는 영화를 10여일내 보고, 느끼고, 토론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정 상 소화할 수 밖에 없는 항목. 마지막은 1,2,3번의 항목에 대한 필연적인 결과다. 14일(이하 현지시각) 개막돼 25일까지 이어지는 제 6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배우 전도연이 1번~4번의 항목을 몸소 실천 중이다. 한국인으로선 매우 자랑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도연(오른 쪽 두번째)이 박근혜 대통령 표창장을 받은 칸 국제영화제 위원장을 축하하고 있다.(사진=강민정기자)
전도연은 한국 배우 최초로 심사위원 자격으로 칸을 찾았다.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영광과 ‘하녀’로 또 한번 인연을 맺은 과정이 이러한 결실을 만들었다. 18일 오후 9시 칸의 해변에 위치한 플라쥬 베가루나(Plage Vegaluna)에서 열린 ‘한국 영화의 밤’에 국내외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들의 시선이 쏠린 곳도 다름아닌 전도연이었다.

전도연의 모습을 ‘안정적으로’ 보긴 좀처럼 힘들었다. 사진 촬영은 거의 피했다. 그의 동선을 따라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기도 했지만 워낙 많은 인파가 몰려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긴 힘들었다.

국내 취재진의 접근에 가벼운 인사를 건넨 전도연은 심사위원으로 지내고 있는 요즘을 “힘들다”는 말로 압축했다. 감기에 걸린 듯한 목소리는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일교차가 큰 칸의 날씨 탓에 컨디션은 좋지 않다고 했다. 몇 마디 나누지 못 했지만 그 안엔 심사위원으로서 갖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아무나’에게 맡기지 않는 심사의 자리지만, ‘누구도’ 그 자리를 쉽게 소화해내진 못할 것 같았다.

전도연은 “하루에 2편 많으면 3편의 영화를 본다. 본 영화를 두고 함께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교류하는 시간이 3,4번 정도있다. 감기 기운이 있다가 좋아졌었는데 오늘(18일) 다시 안 좋아진 것 같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도착해서 매일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거의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것 같다. 샌드위치를 먹거나, 룸서비스 정도다.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는 것 같다.(웃음)”고 덧붙였다.

전도연은 심사위원의 자세로 행사를 즐기는데 있어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훈장을 받는 순간에만 단상 위에 올라 축하를 해줬을 뿐 공식적인 인사를 나누는 시간은 없었다. 이날 단상에 오르는 일도 주변의 권유로 이뤄진 일이라는 후문이다.

전도연.
실제로 전도연은 행사 시작을 알리기 위해 주요 관계자들의 소개 시간이 이어졌을 때도 전도연은 자신의 이름이 불렸음에도 단상 위에 모습을 나타내지 못했다. 감독주간에 출품된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 씨네파운데이션에 이름을 올린 ‘숨’의 권영주 감독, 주목할만한시선의 선택을 받은 ‘도희야’의 정주리 감독이 국내외 취재진과 관계자들 앞에서 인사를 나눈 것과 다른 행보였다. 호명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날듯 말듯, 망설이는 전도연의 모습에선 한국 배우로서 행사를 빛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심사위원으로서 원칙을 지켜야한다는 마음이 앞뒤를 다투는 듯 보였다.

전도연은 25일 폐막까지 칸을 지킨다. 24일 심사위원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공식일정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국제영화제에선 전도연을 비롯해 배우 송혜교가 영화 ‘태평륜’ 기자회견으로 칸을 찾아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출품된 ‘표적’과 주목할 만한 시선의 ‘도희야’, 감독주간의 ‘끝까지 간다’가 영화제를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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