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86멕시코월드컵을 시작으로 2014브라질월드컵까지 8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포함된 국가 중 월드컵 최다 출전국으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한국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2010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등 위업을 달성하며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축구 강국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한국 축구가 그동안 월드컵 무대에서 끊임없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베테랑들과 신예들의 ‘신구조화’가 원동력이었다.
2002월드컵에서는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44·대한축구협회 이사)와 ‘황새’ 황선홍(45·포항 감독), ‘유비’ 유상철(42·은퇴) 등 베테랑이 공격과 중원, 수비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아 당시 20대 초반이던 ‘신예’ 박지성(32·QPR), 차두리(33·서울), 이천수(32·인천) 등을 이끌고 4강 신화를 썼다.
2010월드컵에서도 ‘초롱이’ 이영표(36·밴쿠버)와 ‘산소탱크’ 박지성 등 베테랑을 주축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던 박주영(28·셀타비고), 기성용(24·스완지시티), 이청용(25·볼턴) 등이 하나로 뭉쳐 사상 최초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업적을 남겼다.
당시 2년 여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반지의 제왕’ 안정환(37·은퇴)은 비록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대표팀에 경험을 전수하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가교 역할을 하며 힘을 보탰다.
과거의 베테랑들이 빠진 최강희호에는 ‘라이언킹’ 이동국(34·전북)과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32·알샤밥)가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줬다. ‘진공청소기’ 김남일(36·인천)도 최종예선 3경기를 앞두고 합류해 힘을 더했다.
특히 이동국은 지난 2010월드컵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풀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부터 최종예선까지 5골을 터뜨린 이근호(28·상주) 다음으로 많은 2골을 터뜨리며 본선행에 기여했다.
1998프랑스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대표팀에 발탁돼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했던 이동국은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후반전 중반에 얻은 완벽한 득점 기회를 연결짓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었다.
당시 단 한 차례도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동국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허무하게 대회가 끝난 것 같다. 내가 상상했던 월드컵은 아니었다”며 고개를 떨군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최종예선에서 최강희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었다. 최종예선 6차전 레바논 원정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치며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가 대표팀에 기여한 공로는 무시할 수 없다.
2002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A매치 98경기 출전에 빛나는 김남일은 변함 없는 기량으로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됐다.
또한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주역인 지동원(22·아우크스부르크), 박종우(24·가시와레이솔), 김보경(24·카디프시티), 기성용, 구자철(24·아우크스부르크) 등과 독일 분데스리가의 촉망받는 공격수 손흥민(21·레버쿠젠)이 대표팀에 가세해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
지동원과 구자철, 김보경이 아시아지역 3차예선부터 최종예선까지 나란히 2골씩 터뜨렸고, 손흥민도 1골을 보태 최강희호의 본선행에 기여했다.
베테랑과 신예들의 만남은 최강희호에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
‘중동킬러’로 불리는 이동국은 국제 무대 경험이 부족한 지동원, 손흥민 등과 호흡을 맞추며 최강희호의 ‘넘버원’ 공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인 이동국은 주로 4-2-3-1 포메이션에서 원톱 역할을 맡았지만 때론 4-4-2 포메이션에서 2선 침투에 능한 손흥민, 지동원, 이근호 등과 발 맞춰 상대 수비진을 곤경에 빠뜨렸다.
또한 2010월드컵 이후 3년 여만에 대표팀에 발탁된 김남일은 최종예선 레바논에서 기성용, 구자철이 빠진 중원 공백을 메웠다. 부상으로 우즈베키스탄전과 이란전에 나서지 못했지만 A매치 경험이 전무했던 한국영(23·쇼난벨마레), 이명주(23·포항), 장현수(22·도쿄) 등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수비진에는 주장 곽태휘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수비진이 매 경기마다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도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김기희(24·알사일리아), 김영권(23·광저우) 등을 이끌고 최강희호의 뒷문을 굳게 지켰다.
비록 세트피스 상황에서 많은 골을 내주며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자신의 장기인 헤딩으로 공격에 적극 가세해 부족한 팀 득점력을 해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8일 카타르전에서 한 골을 보태 팀의 4-1 완승에 기여했다.
한국 축구는 우여곡절 끝에 브라질행을 확정지었다. 현재 대표팀 멤버는 과거 한국 축구가 최고의 성과를 냈던 2002월드컵 멤버들과 비교해 전혀 밀리지 않는 선수 구성이다.
잉글랜드와 독일 리그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예들과 K리그 클래식 베테랑들의 신구조화가 또 하나의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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